“안쓰면 교실 남긴다”…日학교 아베노마스크 강요 논란

입력 2020-05-26 16:44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통신 연합뉴스

일본의 한 중학교가 학생들에게 아베 신조 정부가 무상으로 배포한 천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강요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사이타마현 후카야시의 한 시립 중학교는 최근 아베노마스크의 착용을 강요하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아베노마스크는 정부가 가구당 2매씩 무상으로 지급한 천마스크를 뜻하는데 예산 낭비·불량 논란 등 조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 22일 학교 측이 배포한 문서를 보면 27일 등교일에 맞춘 준비물 등을 설명하며 “아베노마스크 착용(다른 마스크 착용 학생에 관해서는 휴대하고 있는지 확인)”이라고 기재돼 있다.

특히 ‘개별 지도’ 항목에는 “아베노마스크(착용 또는 지참)를 잊어버린 학생은 소수 학생 교실에 남는다”라고 적혀 있다. 지시 사항을 어기면 교실에 남아 지도를 받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 국민에게 무상으로 배포한 천마스크. 트위터 캡처

안내문을 보고 놀란 학부모들은 이러한 방침을 철회하도록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국가에서 배포한 것이므로 착용하는 것”이라며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아베노마스크라면 모두 가지고 있다” “화려한 디자인의 마스크로 뽐내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의 엉뚱한 설명은 비판 여론에 되레 불을 지폈다. SNS상에는 “책임자를 꼭 처벌하라” “학교의 결정은 파시즘이나 다름없다” “개성을 무너뜨리고 획일화하는 학교”라는 비아냥과 비난이 줄을 이었다.

결국 시 교육위원회는 문서에 기재된 내용이 학교 측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강제한다는 불안감을 안기는 표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학교 측도 “가정에서 준비한 마스크도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배려가 부족했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