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잡고, 건강관리 해 주고… ‘인슈어테크’ 시대 열린다

입력 2020-05-26 16:33 수정 2020-05-26 16:39

교보생명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로 보험사기를 잡아내는 예측·심사 시스템(K-FDS)을 26일 정식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AI를 통해 과거 보험사기 유형과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 사례를 자동으로 찾아낸다. 보험 가입자의 진료 기록, 방문 병원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험사기 가능성을 계산해 내고, 새로운 보험사기 유형을 스스로 학습하기도 한다. 2018년 7월 이후 시범운영 과정에서 찾아낸 보험사기 의심 사례는 200건에 달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전엔 보험사기 담당 직원의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했던 일”이라며 “보험사기 예방과 대응 능력이 대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보험업계가 ‘인슈어테크(보험+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 악화를 이겨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AI와 빅데이터 분석, 비대면 서비스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동양생명은 어린이보험 가입자에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맞춤형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엔젤맘스케어’ 서비스를 최근 출시했다. 산모의 임신 주수에 따른 태아 정보를 비롯해 출산 후 자녀의 예방접종 일정, 질환별 전문병원 예약 서비스 등을 전용 앱으로 최대 3년까지 제공한다. 단순히 보장뿐만 아니라 출산 및 아이 양육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한다는 취지다.

인슈어테크 기업들도 다양한 서비스로 ‘보험 플랫폼’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인슈어테크 플랫폼 굿리치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병원비, 생활비 등 25개 세부 상황별 보장 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셀프 진단보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가입한 보험으로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보장액을 안내해 주는 서비스다.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도 앱을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고객이 필요한 보험을 스스로 설계하고 가입까지 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보장분석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보험업계가 인슈어테크에 주목하는 건 실적 악화를 극복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66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1%(5165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 기준으로 2013년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 경쟁과 실적 악화를 견뎌내기 위해 인슈어테크를 활용한 틈새시장 공략이 향후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