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 시행 첫날인 26일 대부분의 시민은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다만 승차 후 마스크를 내리거나 아예 벗는 일부 승객으로 인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이 탑승한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 지하철의 대표적 혼잡구간인 2호선 낙성대역에서 강남역 구간 열차에 오전 8시쯤 탑승한 승객은 거의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오전 9시쯤 노량진행 만원버스 안 승객들도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강남역과 신림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사 내와 인근 버스정류장의 시민들도 가운데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9호선 여의도행 열차에서 만난 남모(81)씨는 “마스크를 안 쓰면 다들 싫어하니까 꼭 쓰고 다닌다”고 했다.
버스, 택시 등의 기사들도 경각심을 보였다. 60대 택시기사 김모씨는 “콜택시를 부른 손님도 마스크를 안 쓰면 절대 안 태운다”며 “혹시라도 마스크 안 쓴 확진자를 태웠다가 역학조사에서 드러나게 되면 나도 2주 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승객은 대중교통 탑승 후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리거나 벗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쯤 2호선 열차 안 대부분의 승객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한 칸에 1~2명 꼴로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리고 커피를 마시거나 화장을 하는 승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 안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쯤 2호선 객차 안에 한 남성이 마스크 없이 서 있었지만,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차내 혼잡함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했다.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한 차례 나왔을 뿐 이 남성을 제지하는 관계자는 없었다.
이날 대중교통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역으로 출퇴근하는 박모(31)씨는 “마스크를 쓰고 기침하는 사람 옆을 지날 때는 혹시 몰라 눈까지 감는다”고 말했다. 잠실역으로 출근하는 장모(30)씨도 “잠깐씩 마스크 벗는 것도 위험한데 생각 없이 마스크를 턱 밑까지 내리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한 탑승객은 “대부분 마스크를 잘 쓰고 있지만 옆사람이 잠시만 마스크를 내려도 엄청 신경 쓰인다”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 뭐라 할 수 없어 웬만하면 피하고 있다”고 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