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26일 “내년 대선후보 경선과 1년 10개월 후 있을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저의 마지막 남은 정치의 도전”이라며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20대 국회를 끝으로 15년간의 의정활동을 마치는 유 의원이 향후 대권 행보를 공식화한 것이다.
유 의원은 자신의 팬클럽 ‘유심초’ 카페에 올린 영상을 통해 “반드시 제가 보수 쪽의 단일후보가 되어 본선에 진출해 민주당 후보를 이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을 “국가적인 위기”라고 평가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전문가이자 정치인이자 대선에 나가려는 사람으로서 이 시대가 어떻게 보면 저에게 숙명 같은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많은 분들이 저에게 충고도 하고 제안을 해주고 있다”며 “앞으로 사랑과 용기도 주고, 제가 잘못하면 질책도 해 달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자신의 정치 철학을 담은 책을 쓰는 데 집중한 뒤 내년 초부터 대권 플랜을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개혁보수’ 브랜드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인 유 의원은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정치적 부침을 겪었다. 당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그는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134조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면서 박 대통령 대선 공약을 수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지목됐으며, 박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유 의원은 4·15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이끌던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의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 기간에 중앙선대위 직책을 맡지 않은 채 수도권 중심 지원 유세를 벌였다. 총선 바로 다음 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선 “국민의 선택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들겠다”며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유 의원은 만만치 않은 경쟁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진영에선 현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도 최근 당 안팎의 인사와 접촉하며 총선 참패 이후 재기를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통합당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뒤에는 제3의 대선후보가 급부상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수도권 한 의원은 “기존 후보들뿐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대선 후보들이 함께 경쟁해야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통합당과의 합당을 결정했다. 미래한국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선인들은 합동총회를 연 뒤 결의문을 통해 “국민께 한 약속을 이행하려 한다”며 “형제정당인 미래통합당과의 하나됨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선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선거악법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