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한화 ‘예멘 유전사업 실패’ 투자금 반환소송서 패소

입력 2020-05-26 16:00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과 한화가 예멘 4광구 개발 사업 실패 후 한국석유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현대중공업이 한국석유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파기자판을 통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원심의 판결을 깨고 스스로 판단해서 형량을 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석유공사는 2005년 예멘 4광구 운영권 50% 지분을 낙찰 받은 뒤 이 중 최대 20% 지분을 국내 기업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설명회를 개최했다. 석유공사는 설명회에서 ‘추정매장량이 총 2억5250만 배럴이고, 회수증진법을 통해 회수율 증대가 가능하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현대중공업과 한화는 2007년 석유공사의 예멘 4광구 개발사업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고, 각각 15%와 5%의 지분을 낙찰 받았다. 지분매입 이상 광구 운영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부여 대가 성격을 가지는 선보상금 계약도 체결했다. 선보상금은 105%로 정해졌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1650만 달러의 지분매입비와 1730만 달러의 보상금을, 한화는 551만 달러의 지분매입비와 보상금 578만 달러를 냈다.

하지만 광구의 경제성이 당초보다 매우 낮게 나타나 사업이 실패로 끝났고 현대중공업은 지분매입대금, 선보상금, 설비투자 등 480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의 청구액 중 보상금 179억3700여만원에 대한 주장만 받아들여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해외 자원개발사업 입찰과정에서 투자비를 넘는 거액의 보상금이 지급된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회사가 사업 실패를 예상하지 못한 책임이 없는 한 투자비용 손실에 이어 보상금 손실까지 감수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광구의 경제성이 악화된 것이 보상금 지급 규정을 포함하는 이 사건 계약 성립 당시 원고와 피고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으로서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인 사정의 변경이라고 할 수 없다”며 “공동으로 사업을 경영하다가 그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보상금을 반환한다는 것은 일방의 위험을 타방에게 그대로 전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2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원심에서 정한 지연손해금 이자를 6%에서 5%로 줄여 사건을 확정했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화가 한국석유공사를 상대로 낸 선보상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화는 선보상금 59억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한화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분매입대금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을 나눠 보상금 지급 부분만 해제나 취소를 검토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