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친환경차 정책… 10만 공해차 처리 방안 ‘쏙’ 빠졌다

입력 2020-05-26 15:34

정부가 12.0% 수준인 공공부문 친환경차 비율을 2030년까지 90.0%로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대체되는 공해차량은 중고차로 되팔 경우 매연이 그대로 배출될 수 있어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공공부문 1508개 기관의 ‘2019년도 친환경차 구매실적·보유현황’을 공개하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공공부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만8314대의 차량을 보유했다. 이 중 10만3333대(87.3%)는 경유·휘발유차다. 전기·수소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는 1만4981대로 전체의 12.7%다. 지난해 공공부문이 구입한 1만5463대 차량 중 친환경차는 4270대(27.6%)를 차지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친환경차 보유비율을 2022년까지 35.0%, 2030년까지 90.0%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90.0%에 육박하는 경유·휘발유차를 친환경차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2021년부터 신차 구매 시 80.0% 이상을 전기·수소차로 구매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단계적으로 100%까지 상향한다.

그러나 정부 대책에서 친환경차로 교체하는 기존 경유·휘발유차 처리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에서 중고시장에 되팔면 매연을 줄이겠다는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다.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박륜민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은 “기존 경유차 등은 가급적 폐차를 유도하겠지만 이를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친환경차 주무 부처인 환경부마저 전체 보유 차량 중 친환경차 비중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환경부가 보유한 486대 차량 중 경유·휘발유차는 260대(53.5%)다. 지난해에 새로 구입한 경유·휘발유차만 56대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공공부문에서 교체한 공해차량이 중고차 시장에서 다시 나온다면 ‘대기 환경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기존 경유·휘발유차를 친환경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