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코로나 19사태와 ‘기도의 시대’

입력 2020-05-26 15:34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재난이 쉽게 잠잠해지지 않는다. 재난이 닥치면 사람들의 삶은 불확실성의 위기로 몰리게 된다. 위기는 우리를 두렵고 불편하게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인간의 경험과 지식을 넘어서는 도움을 갈망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재난은 인류에게 종교에 대한 갈망을 불러 일으켰을까?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인 제넷 벤첸(Jeanet Bentzen)은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관찰 결과를 발표하였다(“In Crisis, We Pray: Religiosity and the COVID-19 Pandemic” in Covid Economics Vetted and Real-Time Papers (Issue 20), 20 May 2020: 52-108).

그는 구글의 빅데이터 자료인 구글트렌드(Google Trend)로 ‘기도’(prayer)라는 단어의 검색 현황을 조사해봤다. 목적은 코비드 19 팬데믹 상황에서 현대인들이 위로와 설명을 얻기 위해 종교에 관심을 갖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전 세계 95개국의 구글 검색량을 조사한 결과 그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바이러스가 확산되던 2월말과 3월초를 기점으로 해서 ‘기도’라는 단어의 검색량이 두 배가 늘었으며, 이는 2004년 이후의 구글 트렌드의 기도라는 단어데 한 검색 총량에서 최고의 수치에 도달한 것이라 한다.

‘위기 속에서 우리는 기도한다: 종교성과 코비드 19 팬데믹’이라는 제목의 이 발표문에서 벤첸은 지역적으로는 주로 기독교 국가들과 일부 이슬람 국가들에서 기도에 대한 검색량이 대폭 늘었다고 한다(검색량의 증가가 확연하다). 힌두교나 불교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기도 검색의 수치가 이전과 달리 증가하진 않았다. 한국, 중국, 일본 등과 같은 유교권 국가들에서도 기도 검색이 특별하게 늘지는 않았다. 벤첸은 구글에서 검색어로 기도가 급증했다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종교로 회귀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종교를 통해 위기에 대응하려는 성향(religious coping)을 잘 드러낸다고 본다.

구글 검색량이 사람들의 기도에 대한 관심을 충분히 반영하진 못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도할 때 인터넷 검색을 사용하는 일은 흔치 않고, 설령 구글을 통해서 기도에 관한 검색을 한다 해도 키워드를 넣기 보다는 자신들이 아는 종교 관련 사이트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바이러스 위협에 가장 취약한 고령층은 인터넷을 활발히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 기도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구글에서의 검색 총량 이상일 것이라고 벤첸은 주장한다.

기독교의 교세가 왕성한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기도 검색이 증가하지 않은 원인에 대해서 필자는 두 가지의 추정을 한다. 첫째,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방역으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통제하기 버거운 재난보다는 과학적, 공동체적으로 대응가능하다는 신념이 공유되고 있으리라 본다.

둘째, 기독교 인구는 가장 많지만 기독교적 종교성과 세계관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 저변으로 깊이 뿌리내리진 못했기에 위기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현실적 문제 해결에 치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바이러스 사태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기도의 사명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여전하다. 한 목회자는 자주 방문했던 병원의 의료진들이 전에는 기도해주겠다고 하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곤 했으나, 이번에는 복음에 더 진지한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기도 받기 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 동안 우리는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주일에 교회에 가는 것 자체가 봉쇄되는 초유의 경험을 했다. 그러나 인간의 영적 갈망은 망은 시, 공간의 제한으로 봉쇄되지 못한다. 물론 막연하게 신성함을 추구하는 것이 기독교적 경건은 아니다. 또한 기도에 대한 검색의 급증은 종교적 심성이 강화된 것이지, 그 자체가 기독교 복음에 대한 관심으로 직결된다고 볼 수도 없다. 기독교는 종교와 영성을 넘어서는 구원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영혼의 돌봄이라는 본질적 책무를 다시금 일깨운다. 성 어거스틴의 표현처럼 “하나님 안에서 쉴 때까지 쉴 수 없는” 인간 마음의 중심은 기독교 사역의 초점이다.

이번 재난을 맞이하여 국가는 치밀한 방역체계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많은 교회들은 방역지침에 협조하며 고통 받는 이웃들을 섬기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방역과 구제, 그 이상의 선물은 사람들은 갈구한다. 지금은 기도할 때이다. 교회의 권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는 먼저 은총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개인적 경건으로서의 기도 뿐 아니라, 영혼 돌봄의 사역으로서 기도가 풍성해져야 한다. 기도는 사람들을 공감하고 위로할 뿐 아니라, 영혼의 참된 안식처를 찾게 하는 사역이다.
김선일 교수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