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속속 재개에…조기종료 佛 홀로 ‘부글부글’

입력 2020-05-26 15:21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전면 중단됐던 유럽 주요 프로축구 리그가 하나둘씩 재개되면서 일찌감치 리그 조기종료를 선언했던 프랑스 리그앙에서 재개 여부를 다시 검토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그앙 명문 올랭피크 리옹이 정식으로 정부에 리그 재개 요청 서한을 제출하면서 논의가 불붙는 추세다.

프랑스 축구전문매체 프랑스풋볼은 장-미셸 올라스(71) 리옹 구단주가 조기종료됐던 이번 시즌 리그앙 경기를 재개해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정부를 향해 제출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다음달 2일부터 프로스포츠 구단의 팀 훈련을 허가하기로 한 데 따른 요청이다.

올라스 구단주는 서한에서 “리그앙 조기종료로 생기는 손해는 7~9억 유로(약 9440억~1조2135억원) 규모”라면서 “프랑스 구단들의 재정 위기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리그 조기종료는 구단들을 전례없는 위기로 몰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지침과 반대로 리그를 성급하게 조기종료한 건 어리석었다”면서 “UEFA가 지침으로 제시했던 유럽대회 진출권 획득을 위한 플레이오프 역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유럽 상위 7개 프로축구 리그 중에서 시즌을 조기종료 시킨 건 리그앙이 유일하다. 리그앙 사무국은 지난달 29일 10라운드가 남은 상태에서 리그를 조기종료하고 당시 1위 파리 생제르망에게 우승팀 자격을 부여했다. UEFA가 주최하는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진출권도 조기종료 시점 당시의 순위대로 분배했다. 다만 리그 4위와 국내 2개 컵대회 우승팀에게 각각 주어지던 유로파리그 진출권은 리그 4~6위 팀에게 나눠줬다.

리그앙은 다음 시즌 개막일도 이미 발표가 끝났다. 지난 23일 프랑스 프로축구연맹(LFP)은 중계권을 지닌 방송사들과 협의 끝에 다음 시즌 리그앙을 8월 22일에, 2부 리그인 리그트와를 8월 23일에 개막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국내 절차상으로만 보면 리그앙을 다시 재개할 여지가 그리 높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UEFA의 유럽대회 일정 관련 회의가 다음달 17일 예정되어 있어 앞선 발표가 뒤집힐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가 리그를 이미 재개한 가운데 다른 주요리그에서도 재개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다. 스페인 라 리가가 리그 재개 시점을 다음달 둘째주로 잠정 발표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비슷한 시기 재개를 목표로 팀 훈련을 진행 중이다. 리그앙보다 UEFA 리그 순위가 낮은 포르투갈과 러시아 역시 다음달 초중순 리그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탈리아 세리에A는 정부가 다음달 14일까지 스포츠경기 개최를 완전 금지하면서 재개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리옹이 리그 재개에 발벗고 나선 건 간발의 차로 유럽대회 진출권을 얻지 못한 터라 유독 몸이 달은 이유도 있다. 이번 시즌 리그앙 조기종료 당시의 성적이 7위였기 때문이다. 6위 랭스와의 승점 차이가 겨우 1점에 불과해 리그 조기종료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라고 할만하다. 최근 수시즌 동안 연속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해왔던 터라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권 획득마저 실패한다면 타격이 상당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