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해 ‘10·26사태’를 촉발한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유족 측이 재심을 청구했다.
김 전 부장 측 재심 변호인단은 2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과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재심청구인은 김 전 부장의 여동생이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내란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6개월 만인 이듬해 5월 사형에 처해졌다. 김 전 부장은 당시 법정에서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 나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그리 한 것이었다. 아무런 야심도, 어떠한 욕심도 없었다”는 말을 남겼다.
변호인단은 재심 청구에 앞서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보안사령부가 쪽지재판을 통해 재판에 개입한 사실과 공판조서가 당시 발언 그대로 적히지 않은 사실이 녹음테이프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며 “이번 재심(청구)의 가장 큰 목적은 ‘내란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다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는 유신의 취지를 사법적 의미에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대법원에서 내란목적 범죄사실에 대해 8:6으로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으나 변호인들조차 대법원 판결문을 열람하지 못했다”며 “은폐된 사실을 다시 다투겠다”고 덧붙였다.
유족 측은 “그(김 전 부장)가 세상을 떠난 지 꼭 40년이 되는 올해, 10·26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다”며 “재심을 통해 궁극적으로 구하고자 하는 바는 판결이라기보다는 역사”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