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전북 장수 대적골 유적을 조사 중인 전주문화유산연구원은 후백제에서 조선 시대 사이 것으로 보이는 종합 제철 유적이 다수 확인됐고, 특히 후백제 문화층에서는 온전한 형태의 청동제 소형 동종이 출토됐다고 26일 밝혔다.
동종은 높이 26.5㎝, 지름 10∼15.6㎝로, 크기는 작지만, 일반적인 범종(梵鐘) 형태를 온전히 갖췄다. 매달 수 있는 용뉴(용의 모습을 한 고리) 부분에는 용 한 마리와 음통(音筒·소리대롱)이 조각돼 있으며, 용뉴 바닥이자 종의 천정 부분인 천판 가장자리에는 입상화문(立狀花文, 서 있는 형태의 꽃무늬)이 둘려 있다. 몸체에는 돋을새김한 2개의 연꽃무늬 당좌(종을 칠 때 망치가 닿는 자리)가 있고 당좌 사이에는 연꽃 자리에 앉아 합장하고 있는 2구의 불보살(佛菩薩)상이 장식돼 있다.
전상학 전주문화유산연구원 조사1부장은 “종의 문양과 기법을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함께 출토된 기와, 토기를 볼 때 9세기 말에서 10세기 초 후백제 시기의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의 동종은 ‘상원사 동종’ 등 통일신라 시기의 것이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종이었고, 후백제 권역에서 출토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통상 사찰용 동종이 사람 키 이상의 대형인데 비해 이 동종은 소형이라 용도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