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 진작 주지… 재난지원금 풀자 소비자심리 반등

입력 2020-05-26 13:25 수정 2020-05-26 13:3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금융위기 때보다도 위축됐던 소비자심리가 넉 달 만에 풀렸다. 다만 재확산 여부나 종식 시점 등 코로나19 진행 경로가 불분명한 만큼 경기부진 우려는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7.6으로 전월 대비 6.8포인트 상승하며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달 소비자 동향 조사는 지난 11~18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한은 통계조사팀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국내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경제활동 재개,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등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부양책 중 하나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지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전 장기 평균치를 100(기준값)으로 잡는 CCSI는 수치가 높을수록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달 지수는 100보다 낮은 만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여전히 더 많지만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보다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늘었음을 보여준다.


지난 1월 104.2로 전월보다 3.7포인트 올랐던 CCSI는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본격화한 2월 7.3%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4월(70.8)까지 3개월간 33.4포인트 급락했다. 3월에는 한 달 사이에만 18.5포인트 빠지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세계 금융위기에 충격을 받은 2008년 말에도 소비자심리가 3개월 연속 나빠지기는 했지만 하락폭은 이번보다 작은 22.9포인트(9월 90.6→12월 67.7)였다.

이달 CCSI를 구성하는 지표는 앞으로 6개월간을 고려한 전망CSI를 중심으로 대부분 2~3월에 근접한 수준으로 개선됐다. 3월 93에서 지난달 87로 하락하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소비지출전망은 이달 4포인트 상승해 91로 올라섰다.

가계수입전망은 4포인트 올라 3월 수준인 87을 기록하고, 생활형편전망은 6포인트 오른 85로 3월(83)보다 높게 조사됐다. 향후경기전망과 취업기회전망은 각각 8포인트, 5포인트 상승해 모두 3월 수준을 웃돌았다. 가계재정이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모두 나아진 것이다.

저축이나 가계빚에 대한 전망은 비교적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가계저축전망은 88로 1포인트 올랐지만 3월보다는 2포인트 낮았고, 가계부채전망은 102에서 100으로 낮아졌지만 역시 3월(99) 수준에는 조금 못 미쳤다.

다른 전망들과 달리 물가수준전망은 131로 1포인트 내리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2015년 10월(13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은 1.6%로 0.1% 포인트 하락하며 2002년 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소비심리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물가인식과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를 확신하지는 못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경기 관련 지수는 여전히 100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통계조사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부진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함께 저유가 지속으로 인한 국내 석유류 가격 하락 등의 영향도 더해지며 이달 물가인식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