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꼴찌 SK 와이번스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부상에 신음하는 SK 선수단에 또 하나의 악재가 찾아왔다. 부진한 타선에서 홈런 6개를 쳐 유일하게 제몫을 하는 중심타자 한동민(31)이 정강이뼈 골절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SK 구단은 26일 “한동민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오른쪽 정강이뼈 미세 골절 진단을 받았다”며 “한동민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기로 했지만, 복귀까지 6~8주가 소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귀 기간을 감안하면 한동민은 사실상 6월 중 출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동민은 KIA 타이거즈와 지난 주말 홈 3연전 마지막 날인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6회말 선두타자로 밟은 타석에서 자신의 스윙으로 굴절된 파울 타구를 정강이에 맞고 쓰러졌다. 무관중의 적막에서 한동민의 ‘악’ 하는 외마디 비명이 들릴 만큼 충격은 강했다. 한동민은 한동안 타석에 쓰러져 일어서지 못했고, 부축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SK는 7회초 수비에서 한동민을 최정으로 교체했다.
한동민은 경기 직후 병원 검진에서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았다. 통증은 경기가 편성되지 않은 지난 25일 오전에 찾아왔다.
SK 관계자는 “트레이너가 휴식일인 월요일 아침에 한동민의 몸 상태를 다시 살폈다. 한동민은 이때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고 한다. 병원으로 옮겨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정강이뼈 골절상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동민은 팀 타율 하위권을 전전하는 SK 타선을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60타수 19안타로 타율 0.317을 기록했다. SK에서 드물게 3할대 타율을 유지하는 타자다. 무엇보다 홈런 6개로 개인 부문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SK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2018년에 팀 홈런 233개를 기록해 ‘홈런공장’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빈타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SK에서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왔던 한동민의 부상은 올 시즌 초반 부진의 늪에 빠진 SK에 가장 큰 악재로 평가된다.
염경엽 SK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SK는 개막 이틀 만인 지난 7일 주전 포수 이재원의 오른쪽 엄지 골절상으로 시작부터 악재를 들였다. 여기에 간판타자 최정이 1할대 타율의 빈타에 시달리면서 타선을 재건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KBO리그를 미국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ESPN은 이날 공개한 4주차 파워랭킹에서 SK를 최하위인 10위로 평가했다. ESPN은 “SK가 지난주 10연패에서 벗어나고, 주중에 2승도 쌓았다”고만 짧게 설명했다. 그만큼 SK에서 탈꼴찌 말고는 주목을 받는 현안이 없다.
반면 KIA는 강한 마운드를 앞세워 ESPN 파워랭킹을 8위에서 5위로 끌어올렸다. ESPN은 “맷 윌리엄스 감독의 지휘를 받는 KIA는 마운드로 상황을 바꿨다. 지난주에만 5승을 수확했다. 승리한 5경기에서 7실점만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KIA는 지난주에 하락세로 돌아선 롯데 자이언츠를 스윕하고, 최하위 SK 원정을 2승 1패로 끝내면서 리그 순위와 팀 평균자책점을 모두 반등시켰다. 에이스 양현종(3승 1패), 애런 브룩스(1승 1패), 이민우(2승) 같은 선발진은 모두 20이닝 이상을 던지고 3할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파워랭킹은 리그에서 승패로 쌓은 순위와 별도로 언론·방송에서 평가하는 지표다. 통상 우승권으로 평가되는 팀일수록 상위에 있다. KIA의 평판이 KBO리그 하위권에서 단숨에 ‘가을야구 진출권’으로 도약한 셈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