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직접 지원하는 데 인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올해도 ‘피해자 지원사업’에 전체 사업비의 2.6%만 투입하기로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비 대부분은 ‘대외협력사업’에 투입한다는 계획인데, 정의연의 활동에서 정작 피해자들은 소외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26일 입수한 행정안전부의 ‘기부금품 모집등록 신청 검토보고(정의기억연대)’ 문서에 따르면 정의연은 지난 2월 17일부터 올해 말까지 총 2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현금으로 모집하겠다는 신청서를 행안부에 제출했다. 모집목적으로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인권, 명예회복 사업’을 위해서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연이 신청서와 함께 제출한 구체적인 사업비 사용 계획을 보면 위안부 피해자들을 직접 지원하는 데는 사업비의 극히 일부만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피해자 할머니의 정서적 안정사업으로 2000만원, 인권활동지원사업 명목으로 3000만원이 배당됐는데 두 항목을 합해도 사업비는 5000만원에 불과하다. 모집비용(1억1000만원)을 제외한 총사업비 18억9000만원의 2.6% 수준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정의연의 피해자 지원 소홀 문제가 올해도 지속되는 셈이다.
정의연은 2018~2019년에도 피해자복지사업에 2억6500만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2년간 정작 집행된 금액은 4784만원에 불과했었다. 앞서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 논란에 대해 “정의연은 피해자의 생활안정만을 목적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니라 여성인권운동단체”라고 해명했었다.
이 할머니가 지난 25일 2차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던 교육사업 역시 정의연의 사업계획에서는 찬밥 신세였다. 정의연은 교육사업에 2000만원, 장학사업에 2000만원을 책정해 두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억울한 누명을 해결해줄 사람은 올바르게 역사를 공부한 학생들”이라며 한국과 일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정의연은 대신 대외협력사업에 기부금 대부분을 쓰겠다고 했다. 총 12억9000만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인데 ‘김복동센터’ 사업에만 11억원이 책정돼 있었다. 정의연은 지난해 6월 2억원을 모금해 우간다 굴루 지역에 김복동센터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정의연은 미국 워싱턴에 김복동센터를 짓는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중인데, 올해 모금액 대부분이 이 사업에 투입되는 셈이다.
이밖에도 정의연은 ‘납북연대사업’에 1000만원, ‘콩고 우간다 베트남 등 지원’에 5000만원, ‘무력분쟁지역 지원’에 2000만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기부금 모집비용 세부내용을 보면 2018년 맥줏집에서 3300만원을 지출해 논란이 일었던 ‘후원의 밤’ 행사를 위해 올해도 3000만원을 지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모집비용 역시 모집된 기부금에서 충당된다.
이런 계획서를 검토한 행안부는 지난 2월 정의연에 기부금품 모집 등록증을 발급해 줬다. 행안부는 정의연의 자산이 23억1900만원에 달하고, 지속적으로 생존자 지원사업과 문제해결을 위해 국내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행안부가 정의연 자산파악을 위해 활용한 국세청 공시자료는 현재 부실공시 의혹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감독·감시 역할을 수행해야 할 행안부가 검토가 허술했던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행안부는 논란이 불거진 지난 12일에서야 정의연의 기부금 관련 서류와 출납 영수증을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구체적 집행내역 확인에 나선 상황이다.
정현수 최지웅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