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을 공분하게 했던 디지털 성착취 범죄 ‘n번방’이 과연 돌발적인 사건이었을까. 이 연극에게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온 폭력의 고질적 병폐가 드러난 사건이어서다.
김수정 연출의 극단 신세계가 다음 달 5~14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주(孔主)들2020’을 선보인다. 19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대한민국 성매매 100년 역사를 주인공 ‘김공주’를 통해 읽어내는 극은 성착취를 당한 사람들이 아닌 성 구매를 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또 성 구매를 하게 한 이들은 누구인지 쫓는다. 이를 통해 위안부 문제, 지속되는 성매매의 문제를 파고든다.
지난 2018년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초연했다. 지난해 ‘제40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재연돼 우수상 등을 받았다. 올해는 특히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 작업 방식에 기반을 둬 동시대성을 반영했다. 여러 역사적 증언들을 발췌하고 참고해 극을 재구성했다. 버마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한 문옥주의 증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순악 할머니의 증언 등이 추가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창작지원사업 ‘여성사 프로젝트’의 하나로 공연된다. 무대에는 강주희 고용선 권주영 김보경 등이 오른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 객석제’가 도입됐다. 극장 입장 시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