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학교에서, 돌봄은 지자체에서’…중구형 초등 돌봄교실, 대안으로 부상

입력 2020-05-26 10:51
서양호 중구청장이 지난해 4월 흥인초등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구 제공

교육부가 지난 19일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과 돌봄을 학교 사무로 규정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전국교직원조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입법예고 철회를 촉구하며 교육부를 항의 방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교조와 교총은 학교가 공간을 제공하고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업무는 지역실정을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와 교원단체의 갈등 속에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중구(구청장 서양호)는 지난해 3월부터 전국 최초로 구 직영 초등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은 학교에서, 돌봄은 지자체에서’라는 슬로건 하에 새로운 돌봄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긴급돌봄 대란으로 타학교에서 운영시간과 인력 문제로 혼란을 겪을 때 중구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 운영은 저녁 8까지다. 긴급돌봄도 방학 때처럼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된다. 친환경 급·간식을 제공하고 돌봄보안관이 야간에도 근무한다. 아울러 ‘1교실 2교사제’를 운영해 교실 내 사각지대를 없애고 아이들이 학원에 갈 때도 교사 한 명은 교실을 지키고, 다른 교사는 학원 차량이 오는 교문까지 아이들을 배웅해 준다. 외부강사의 수준높은 교육 프로그램도 매일 제공된다. 모든 비용은 무료다. 구 직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구 흥인초등학교 돌봄교실에 셋째아이를 보내고 있다는 강현미씨는 “첫째와 둘째 아이를 보낼 때는 돌봄이 5시까지여서 늘 아쉬웠고 퇴근시간이 6시라 집에 도착하기 전 두세시간은 또 다른 누군가의 손이 필요했다”며 “지금은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돌봄교실 덕분에 퇴근 시간에 맘 졸이지 않고 아이를 데리러 간다”고 말했다. 흥인초를 필두로 현재 5개교에서 운영중인 중구형 돌봄교실은 학부모 만족도 99%의 호응 속에 순항 중이다. 올해 흥인초는 신입생만 20여명 늘어 1개반을 증설했다. 초등 6학년에서 중학생이 될 때 18%가 타구로 이사를 가는 중구에서 1개반 증설은 이례적인 일이다. 흥인초 김경미 교장은 “실제로 돌봄교실을 이용하기 위해 중구로 이사오는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흥인초 돌봄교실은 시행초기 2개반에서 3개반으로 늘었다. 학교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아이들이 직접 이름을 지은 도서관 ‘지혜의 숲’도 돌봄교실 옆에 탄생했다. 덕분에 돌봄아이들의 도서관 이용률도 높아졌다. 김 교장은 “코로나19로 다들 돌봄을 걱정할 때도 저희는 예외였다. 구청은 돌봄을 완벽하게 관리하고 교사들은 온전히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며 “덕분에 학교 선생님들의 만족도까지 높아졌다. 타학교 교사들이 긴급돌봄과 온라인 개학 준비로 고충을 겪는 반면, 우리학교는 오롯이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지난해부터 대통령상, 교육부총리상, 서울시장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저출산 위기극복의 대안이자 성공적인 돌봄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교육부를 비롯해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예산이 100% 구비라는 말에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공간은 학교지만 자치구 사업이라 교육부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26일 “재정적 뒷받침이 없으면 온전한 돌봄교실로 발전하기 어렵다”며 “중구형 초등돌봄의 나비효과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