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의 비밀’ 언제 공개될까…北 신형잠수함과 SLBM 정체는

입력 2020-05-26 09:17
북한이 지난 24일 ‘핵전쟁 억제력 강화’ ‘전략무력의 격동상태 운영’ 방침을 천명하면서 조만간 전략적 도발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군 당국은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3000t급 신형 잠수함을 공개할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따른 부담이 큰 만큼 미국 등 국제사회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 당국 등의 판단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 중앙TV는 시찰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면서 잠수함에서 SLBM 발사관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 원)과, 함교탑 위 레이더와 잠망경 등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파란 원)을 각각 모자이크 처리했다. 2019.7.23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북한이 신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신형 잠수함은 지난해 7월 그 실물이 첫 공개됐다. 당시 북한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잠수함을 직접 살펴봤으며 “작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수년 전부터 북한이 신형 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실물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었다.

북한은 잠수함의 제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군 당국은 길이 70~80m, SLBM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3000t급 잠수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기존 고래급(2000t) 잠수함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갖춘 것이다. 고래급은 SLBM 1발만 탑재할 수 있는데다 수심이 20m만 넘어도 SLBM을 발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3발이 탑재되면 미사일 발사 불발에도 대응할 수 있다. 3발 이상 탑재가 가능해야 실전 배치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을 진단한다.

이 잠수함에는 지난해 10월 수중 시험 발사를 마친 SLBM 북극성-3형이 이 잠수함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탐지된 북극성-3형의 비행거리는 약 450㎞, 비행 고도는 910여㎞였다. 고각으로 발사하지 않는다면 최대 2000㎞까지 사거리가 나올 거라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미국 괌, 하와이 뿐 아니라 본토 타격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이 잠수함이 ‘게임 체인저(군사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신무기)’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 정보기관은 고래급 잠수함을 ‘신포 B급’, 3000t급 잠수함을 ‘신포 C급’이라는 암호명으로 부르고 있다.


북한은 신형 잠수함 2~3척을 동시 건조할 수 있는 설비를 신포 조선소에 완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공개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소 남쪽에 길이 190여m, 폭 36m의 대형 건물이 존재한다. 건물 주변에는 잠수함 2척을 나란히 건조할 수 있는 폭 7m의 레인(lane) 2개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미 정찰위성 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이 건물 안에서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조선소 인근에 대규모 잠수함 훈련센터와 신형 잠수함 수리용 엄폐 시설을 지난해 말 건설했다는 사실도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신포조선소에서 고래급 잠수함과 수중 사출 장비가 지속적으로 식별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잠수함을 공개하는 시점은 언제가 될까. 군 당국은 북한의 잠수함 공개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1~2달 내로 지난해 7월 공개한 잠수함의 진수식을 하면서 조선소 설비를 동시 공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등을 압박하기 위해 미 대선 직전인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전후 공개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잠수함 공개를 건너뛰고 북극성-3형을 신형 잠수함에 실어 시험 발사할 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