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과 정의연의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해명자료가 아닌 설명자료를 내고 이 할머니의 일부 주장을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정의연은 “피해사실을 세세하게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 “가해자들이 하루빨리 범죄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등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표현을 써 비난 여론이 가중되고 있다.
이 할머니는 2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결고 정대협의 운동 방식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정대협이 무엇 때문에 위안부 할머니와 근로정신대 할머니를 합해서 쭉 이용했느냐. 정대협이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만두 위 고명으로 사용했느냐”고 한 이 할머니는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 내가 왜 팔려야 하느냐. 이런 생각에 자가다도 일어나 펑펑 울었다. 정대협이 위안부를 이용한 것은 도저히 용서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또 “내가 왜 성노예냐. 그 더러운 성노예 소리를 왜 하느냐고 하니 정대협 측은 ‘미국에서 들으라고, 미국 사람이 겁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며 “30년 동안 이용만 당했다. 정대협은 할머니를 앉혀서 증언을 한 번 받은 적이 없다. 1993년부터 액을 6500원에 파는 것을 봤다. 그래도 몰랐다”며 정대협이 발간한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 위안부들 : 증언집’의 발간 경위 등을 지적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열린 이후 정의연은 설명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오늘 기자회견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봤다. 마음이 아프다”고 한 정의연은 “30년간 운동을 함께 해왔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을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구체적인 입장표명은 자제했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 부분에 관한 설명자료를 낸다고 밝혔다. 이 자료엔 근로정신대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용어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1990년대 초 활동 시작 당시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 정의연은 “정대협은 일관되게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활동을 해 온 단체”라고 선을 그었다. 이 할머니가 성노예라는 표현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에 대해서는 “피해의 실상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학술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정의연은 증언집 발간 경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 역시 위안부 피해자 증언집인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 위안부들’ 1집에 수록돼 있다”며 “한국정신대연구회(이후 한국정신대연구소) 연구원들이 참여해 증언 채록을 진행했고 정대협과 한국정신대연구소 공동저작물로 증언집을 출간했다”고 했다.
“당시 증언집은 피해자의 존재를 알리고, ‘증거 문서 부재’를 이유로 불법성을 부인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자료였다”고 한 정의연은 “피해자의 증언을 부정하려는 일본 우익과 역사부정주의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공격받았던 분이 이용수 할머니였다. 그래서 오늘 기자회견이 특히 더 마음이 아프게 다가왔다”고 했다.
이어 정의연은 “가해자에 맞서며 피해자의 증언 일부가 변화하기도 했지만 일본군 위안부로서 겪어야 했던 피해의 본절적 내용은 결코 변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치 자신들과는 무관하며 윤 전 대표이자 윤 당선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표현으로 설명자료를 마무리했다.
“오늘 할머니께서 세세하게 피해를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고 한 정의연은 “가해자들이 하루빨리 자신들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이행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훼손당하지 않은 날이 올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해 활동하겠다”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