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홍콩 국가보안법’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만 이민을 문의하는 홍콩인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홍콩경제일보 등은 홍콩 내 이민 서비스 전문업체 관계자를 인용해 “홍콩보안법 제정 소식이 들려오자 하루 만에 대만으로의 이민 문의가 평소의 10배로 늘었다”며 “구체적인 이민 요건 등을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홍콩보안법 초안을 공개했다.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등을 금지 및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홍콩 내에 별도 사법 집행기관을 설립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소식에 인터넷 포털 등에서는 ‘이민’과 ‘대만’, ‘VPN’ 등의 검색 건수가 급증했다. 가상사설망인 VPN은 해당 지역의 인터넷 환경을 넘어 해외 인터넷 등에 접속할 수 있게 해준다. 홍콩보안법이 시행될 경우 홍콩 내에서 온라인 검열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풀이된다.
홍콩인의 대만 이민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작년 6월 이후 급증세를 띄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만 5858명의 홍콩 시민이 대만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2018년 이민자 수인 4148명에 비해 41.1% 급증한 수치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심해진 작년 9월 이후에는 매월 600명 이상이 대만으로 이주하고 있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한 달 동안에만 1243명의 홍콩인이 대만으로 이주했다.
홍콩인의 대만 이민 행렬은 낯선 모습이 아니다. 1997년 홍콩 주권반환 사태,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등 사회적 불안이 야기될 때면 대만 등으로 이민을 떠나는 홍콩인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
대만으로의 유학 건수도 크게 늘었다. 신문에 따르면 올해 대만 대학의 학사과정에 등록한 홍콩 학생은 3427명으로 작년의 2077명에 비해 65% 급증한 모습을 보였다. 석·박사 과정 등에 등록할 수요를 고려하면 올해 대만으로 유학하는 홍콩 학생의 수는 5000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