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음주운전 전과를 안고 국내 복귀를 요청한 강정호(33)에게 유기 실격 1년에 봉사활동 300시간 이행을 명령했다. 2018년에 강화된 야구 규약의 음주운전 관련 제재 규정은 그 이전에 발생한 강정호의 사건에 적용되지 않았다. 강정호는 이제 원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를 포함한 KBO리그 구단과 계약하고 1년 뒤부터 국내 그라운드로 복귀할 수 있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강정호는 A4 용지 2장 분량의 반성문을 KBO로 제출해 사과했다.
KBO는 25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마친 뒤 “임의탈퇴 복귀를 신청한 강정호에 대해 과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일으킨 사회적 물의와 이에 따른 KBO리그의 품위 손상을 들어 1년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이행 제재를 부과했다”며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실, 사고의 경중을 살핀 뒤 그 책임을 물어 제재 수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지난 20일 KBO에 복귀 의향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음주운전 사고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정호의 전과에 있다. 강정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입단하고 두 시즌을 완주한 2016년 12월 서울 삼성역 일대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의 음주운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5월 항소가 기각돼 원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KBO는 강정호의 마지막 음주운전 사건 2년 뒤인 2018년에 개정한 야구 규약에서 음주운전 관련 처벌을 강화했다. 현행 야구 규약은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관한 제재 규정에 3회 이상으로 음주운전이 적발된 선수에게 3년 이상의 유기 실격 처분을 내리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은 강화에 앞서 발생한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건까지 적용되지 않았다.
강정호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선웅 변호사는 KBO 상벌위에 출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강정호가 A4 용지 2장 분량으로 내용을 작성하고 자필로 서명한 반성문을 제출했다. ‘반성하고 있다’거나 ‘한국 야구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야구 규약과 법 원칙, KBO의 선례를 고려해 합리적 수준으로 징계를 판단해 달라고 상벌위에 호소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출신이다.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를 위한 우선 협상권은 키움에 있다. 키움 관계자는 “강정호, 혹은 그의 법률대리인으로부터 복귀 의사를 직접 전달받지 못했다. 그가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한 사실도 KBO로부터 통보받았다”며 “구단 차원의 논의는 강정호의 의사를 직접 들은 뒤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로 데뷔해 우리·서울·넥센으로 스폰서 타이틀을 변경한 키움에서 2014년까지 모두 9시즌 동안 KBO리그 통산 916안타 139홈런 타율 0.298을 기록했다.
KBO의 징계 수위, 키움의 계약 문제와 별도로 음주운전 전과에 엄격한 국내 여론은 강정호의 복귀 추진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금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단계”라며 “강정호도 자신에게 부정적인 국내 여론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