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마지막 메시지’엔 전세계 여성들을 향한 사죄의 목소리도 담겼다.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인 자신이 전범국 일본에 위안부로 끌려간 것도 모자라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도 받아내지 못해 여성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25일 열린 2차 기자회견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세계의 여성분들께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해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앞서 이 할머니는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자신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만큼 “하늘나라에서도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성들에게 사과의 뜻을 내비친 할머니의 태도를 두고 회견장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는 ‘여성’”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 “‘여자이기 때문에 위안부가 됐다’는 소리를 (모든 여성들이) 들어봤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여자라는 두 글자가 손상을 입었다”고 고개숙였다. 자신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위안부라는 꼬리표를 달고 일본에 끌려갔고, 이로 인해 모든 여성들에게 지우지 못할 아픈 역사를 남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할머니의 사죄에는 30년간 함께 해 온 이들과의 대립 상황에 대한 통한의 마음도 담겼다.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아내고 과거사를 바로 잡아야 할 시점에 기부금과 관련한 의혹으로 되레 사태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억울한 위안부 문제를 일본 정부로부터 사죄받고 배상받아야 위안부의 누명을 벗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이 할머니의 사과에 착잡한 마음을 드러내며 한목소리로 조속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서울에 사는 권모(27·여)씨는 “끔찍한 일을 당하신 이 할머니가 왜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마음의 짐으로 건강을 해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8)씨도 “이 할머니가 여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여성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애쓴 할머니의 선의가 왜곡되지 않도록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이 하루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했다.
최지웅 정우진 기자, 대구=황윤태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