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딸의 개학을 앞둔 30대 워킹맘 김모씨는 자녀의 온라인수업 지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걱정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 자녀의 학교는 오는 27일부터 ‘등교 1일, 온라인수업 4일’로 등교수업 방식을 결정했다고 최근 공지했다. 일주일에 나흘을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이가 하루는 학교에 간다고 하니, 혹여나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만 더 커졌다. 김씨는 25일 “모였다 하면 감염되는 상황인데 나오는데, 하루밖에 학교에 안가는 개학을 왜 굳이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지난 20일 고3 등교 개학에 이어 오는 27일부터 초1~2와 유치원생, 고2·중3이 등교를 앞두고 있다. 교육부는 전교생 3분의 2만 등교하라는 방침을 내걸었지만 학부모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등교 개학 시기를 미뤄달라’는 글이 올라와 25만명 넘는 이들의 동의를 받았다. 게다가 등교 이틀 전인 이날 강서구 미술학원에서 유치원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광주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을 키우는 백모(40)씨도 자녀의 개학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백씨는 “요즘 아파트 놀이터만 나가도 아이들이 덥다며 마스크를 벗어대는데, 이대로 등교를 하면 더 위험해지는 거 아니냐”며 “어차피 여름방학도 머지 않았는데 온라인 수업을 그냥 진행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등교를 준비하고 있는 교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강북구의 한 유치원에서 일하는 A교사는 “당장 개학이 코 앞인데 아무것도 준비가 안됐다”며 “확진자라도 나오면 책임은 다 우리 교사들이 지는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교사에 따르면 대부분 유치원에는 보건교사도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보건교사를 배정해주겠다고 했지만 5~6개 유치원에 보건교사가 순회하며 근무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사실상 전담 업무를 맡길 수도 없고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도 어려운 상황이다. A교사는 “감염병 전문가도 아닌 일반교사가 코로나19 업무를 보고 있으니 답답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거리 두기 등 방역 지침을 지켜야 하지만 환경상 어려움도 있다. A교사는 “우리 유치원은 원생 수에 비해 교실 크기가 작아 책상을 아무리 띄어놓아도 2m는 커녕 1m 거리두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학부모는 너무 과도하게 감염병을 경계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는 최모(42)씨는 “실내에서 하는 축구학원도 마스크 쓰고 보내고, 다른 학원들도 다 가는데 학교가 여기보다 더 위험하다고 단언할 순 없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지금 계속 제대로 수업을 못 받고 있는데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냐”고 했다.
강보현 최지웅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