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 홍콩이 누리고 있는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NBC방송에 출연해 중국의 입법 추진은 미국의 중국 제재로 이어지고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표방하면서도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때마다 미국은 홍콩 특별지위 박탈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제정을 추진해 대대적인 반중 시위가 일었을 때도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실제 행동으로 옮긴 적은 없다.
미국이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1992년 제정한 미국·홍콩정책법이 있어서다. 미국은 이 법에 근거해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무역과 금융 분야에서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달리 대우해왔다.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도 홍콩은 미국이 부여하는 최대 25%의 대중 보복 관세 적용을 받지 않았다. 홍콩은 이런 지위를 발판 삼아 아시아 금융허브로 성장했다.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가 계속 유지되느냐는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얼마나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은 1984년 ‘영·중 공동선언’를 통해 향후 50년간 홍콩을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특별행정구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제정된 홍콩인권법에 따라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특별지위 여부를 결정하는데, 올해는 중국 양회 이후로 평가를 미룬 상태다. 홍콩보안법은 오는 28일 양회 폐막식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미국 정부도 홍콩의 특별지위를 재평가하는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홍콩이 국제금융센터로서 갖는 이점이 사라지면 당장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국영 기업들의 가치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 자본도 대거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중국 본토에도 상당한 타격이 가해지는 셈이다.
다만 중국 경제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보다 줄어 실질적 영향은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홍콩 반환 당시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달했지만 2018년에는 2%대로 떨어졌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