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의 경고 “코로나라고 기업 무차별 지원? 안 돼”

입력 2020-05-25 17:34 수정 2020-05-25 17:41
부실기업 적을수록 전체 생산량 증가
부실기업 비중 2011년 6.1%→2018년 15.1% 증가
“성과양호기업 부실화 방지 대책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무분별한 기업 지원 대신 옥석을 가려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국민 혈세로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비효율을 방지하고, 생산성 좋은 기업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기업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산업연구원은 25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우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의 생산성과 부실기업의 비중 변화에 주목했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부실기업 비중이 점차 증가, 2008년 5.9%까지 늘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감소세로 전환해 2011년에는 4.8% 수준까지 내려갔다. 그만큼 부실기업 퇴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2006~2008년 3년간 퇴출 기업은 50여 개였지만, 2009년 한 해에만 116개로 급증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부실기업의 퇴출로 기업 전체의 생산성은 향상됐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생산성을 기준으로 업종별·연도별 하위 40% 기업을 저성과기업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부실기업이 퇴출되면서 저성과기업의 2014년 평균 생산성은 2009년에 비해 18% 뛰었다. 부실기업은 설비나 인력,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기 어려워 계속 낮은 생산성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데, 부실기업이 줄면서 전체 생산성이 높아진 것이다. 연구원은 “저성과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최근 부실기업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전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연구원은 이미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8년 저성과기업 가운데 부실기업의 비중이 15.1%로 2011년 6.1%의 약 2.5배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저성과기업의 평균 생산성도 2015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해 2018년에는 6%나 줄었다.

연구원은 “부실기업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모든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 지원은 부실기업 양산과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생산성 상위 60%의 성과양호기업이 부실기업으로 전환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경제충격이 언제 끝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이들 기업의 부실화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생산성이나 코로나19 사태 이전 부실화 여부 등을 세밀하게 따져 선별적·효율적으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