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반성문 제출… 변호인 “그도 비판 여론 안다”

입력 2020-05-25 17:26
한국야구위원회 상벌위원장인 최원현 변호사(가운데)가 25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강정호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전과를 안고 ‘무적’ 신분으로 전락한 강정호(33)가 한국프로야구 복귀를 추진하면서 A4 용지 2장 분량의 반성문을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로 제출했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강정호는 자신의 복귀 추진에 부정적인 국내 여론을 의식한 듯 상벌위에 출석하지 않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강정호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선웅 변호사는 25일 KBO 상벌위에 출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강정호가 A4 용지 2장 분량으로 내용을 작성하고 자필로 서명한 반성문을 제출했다. ‘반성하고 있다’거나 ‘한국 야구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강정호도 자신에게 부정적인 국내 여론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징계 수위나 이에 따른 강정호의 계획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야구 규약과 법 원칙, KBO의 선례를 고려해 합리적 수준으로 징계를 판단해 달라고 상벌위에 호소하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출신이다.

강정호는 지난 20일 KBO에 복귀 의향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음주운전 사고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정호의 전과에 있다. 이미 적발된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례만 세 차례다. KBO는 강정호의 마지막 음주운전 사건 2년 뒤인 2018년에 개정한 야구 규약에서 음주운전 관련 처벌을 강화했다. 야구 규약은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관한 제재 규정에 3회 이상으로 음주운전이 적발된 선수에게 3년 이상의 유기 실격 처분을 내리도록 명시하고 있다.

강정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입단하고 두 시즌을 완주한 2016년 12월 서울 삼성역 일대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의 음주운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5월 항소가 기각돼 원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강정호는 징역형으로 미국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2017년에 피츠버그로 돌아가지 못해 한 시즌은 통째로 날렸다. 가까스로 복귀한 2018년에도 3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피츠버그와 재계약했지만,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같은 해 8월에 방출됐다.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를 위한 우선 협상권은 원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에 있다. 키움 관계자는 “강정호, 혹은 그의 법률대리인으로부터 복귀 의사를 직접 전달받지 못했다. 그가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한 사실도 KBO로부터 통보받았다”며 “구단 차원의 논의는 강정호의 의사를 직접 들은 뒤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로 데뷔해 우리·서울·넥센으로 스폰서 타이틀을 변경한 키움에서 2014년까지 모두 9시즌 동안 KBO리그 통산 916안타 139홈런 타율 0.298을 기록했다.

KBO의 징계 수위나 키움의 계약 문제와는 별도로 음주운전 전과에 엄격한 국내 여론은 강정호의 복귀 추진에서 만만치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김 변호사는 “상벌위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부분까지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지금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