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5일 2차 기자회견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검찰수사를 지켜보겠다”며 엄호 기조를 유지했다. 이 할머니 기자회견 직후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검찰수사 결과를 보고 향후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이번 논란으로 위안부 인권운동의 대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할머니 첫 기자회견 이후 잠행을 이어가며 민주당의 모든 공식행사에 불참하고 있는 윤 당선인은 이날도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선(先) 사실 확인’ 기조를 재확인하며 별다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 할머니께서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도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면서도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오늘 오전에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란 걸 다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언급 대신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발언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명박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 전 수석은 최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일본을 비판하기는커녕 위안부를 왜곡하는 주장이 용납돼선 안 된다”며 “최근 정의연 논란과 관련해 위안부와 전시 성범죄 실체까지 왜곡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석 최고위원도 “30년 가까이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린 정의연을 사기 집단으로 모는 것이 타당한 일이냐”며 “윤 당선인 의혹을 빌미로 정의연을 싸잡아 매도하는 극우세력의 반역사적 작태”라고 일갈했다.
야당은 윤 당선인 의혹을 적극 해소하고 나서지 않는 민주당을 향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미래통합당은 윤 당선인 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꾸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절규 섞인 외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손 놓고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TF활동으로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정조사 추진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환하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노 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지난해 조국 사태와 지금의 윤미향씨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을까”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며 일갈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에 진정한 노무현 정신의 DNA가 있는지 묻고 싶다. 민주당은 조국에서 벗어나고, 윤미향씨 문제도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사태 초반 민주당의 대처를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국세청이나 행정안전부 조사를 기다리자고 하면서 윤 당선인이 언론인터뷰에서 불필요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민주당이 관리했어야 한다”며 “국민감정하고 민주당이 좀 동떨어져 가고 있다”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을 공천한 민주당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