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5일 전국 47곳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중 도쿄도가 속한 수도권과 훗카이도 등 5개 광역단체에 남아있던 코로나19 긴급사태선언을 일괄 해제한다. 이로써 지난달 7일부터 일본 전역에 순차적으로 발령됐던 긴급사태는 완전 해제된다. 정치적 위기에 몰린 아베 신조 총리가 예정보다 빨리 국가 정상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과 NHK 등은 이날 일본 정부가 도쿄도와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등 수도권 1도 3현과 훗카이도 지역의 긴급사태 해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산하 코로나19 자문위원회도 5개 지역 긴급사태 해제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예정된 긴급사태선언 기한은 오는 31일까지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 광역단체의 최근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 합계가 인구 10만명당 0.5명 이하일 경우 긴급사태를 해제한다는 방침을 세워 국가 정상화를 서둘러왔다. 지난 14일 39개 현의 긴급사태를 조기 해제한 데 이어 21일에는 오사카 등 3곳을 추가 해제했다. 이날 해제가 풀린 지역 중 가나가와현과 훗카이도의 경우 1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각각 0.70명, 0.76명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일본 정부는 “전체적인 감소 추세가 뚜렷하고 의료체계도 개선됐다”며 해제를 밀어붙였다.
아베 정권이 긴급사태 해제를 예정보다 서두르는 이유는 최근 20%대로 급락한 내각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최저치인 29%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보다 4%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지난 23일 발표된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직전 조사에 비해 13%포인트 급락한 27%를 기록했다.
미흡한 코로나19 대응으로 축적된 국민적 불신에 더해 ‘맞춤형 꼼수 정년 연장’이라는 비판까지 들어가며 차기 검찰총장으로 공을 들였던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이 ‘내기 마작’으로 낙마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긴급사태 조기 해제의 배경에는 하루빨리 경제 활동을 활성화해 정치적 위기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2차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100조엔(약 1155조원) 이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일본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가경정예산 117조엔에 맞먹는 막대한 규모다.
다만 경제 활성화 카드 역시 전망이 밝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2분기(4~6월) 일본 경제가 전 분기 대비 22% 위축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