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구제역’ 화상병 인접지역까지 확산

입력 2020-05-25 11:15 수정 2020-05-25 11:36
과수화상병에 걸린 사과나무. 충주시 제공

우리나라 사과 주산지 중 한 곳인 충북 충주와 제천에서 지난 22일 올해 처음으로 발생한 과수화상병이 경기도와 충남 등 인접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불에 탄 것처럼 나무를 말려 죽이는 화상병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25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이날 충주 27곳, 제천 2곳, 안성 10곳, 천안 1곳 등 과수원 40곳에서 화상병 발생이 추가로 확인됐다. 전체 피해 면적은 27㏊이다. 충북 도내 화상병 발생 과수원은 34곳으로 늘었다. 이들 농가 대부분은 화상병에 걸린 사과나무의 비율이 5% 이상이어서 모든 사과나무를 매몰 처리해야 한다.

인근 농가에서 화상병 의심 신고도 잇따라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충주에서 전날까지 69농가의 사과밭 73곳에서 과수화상병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충주는 도내 사과 주산지이다. 올해 1789농가 1774㏊에서 사과나무를 키우고 있다. 제천 역시 596개 농가가 544㏊에서 사과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충주, 보은에 이어 도내에서 3번째로 큰 규모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겨울 높은 기온으로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서 화상병 발생 시기도 1주일 정도 앞당겨졌고 최근 잦은 강우와 개화기 벌에 의한 꽃 감염 등이 발병 주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상병은 주로 사과·배 나무에 피해를 주는 세균병으로 나무가 불에 그슬린 것처럼 말라 죽는 국가검역병이다. 치료할 약제가 없어 과수의 구제역으로 불린다. 4월 중순 이후 사과, 배 등의 작물에 발생하는데 벌과 파리 등 곤충과 비바람, 농작업 도구 등에 의해 전염된다. 학계는 영상 40도 후반까지 기온이 상승하면 화상병 세균이 소멸하는 것으로 본다.

그동안 이 병이 생기면 나무를 뿌리째 뽑아 땅에 묻고 과수원도 폐원했으나 올해부터는 발생률이 5% 미만이면 가지와 인접 나무를 제거하고 5% 이상이면 폐원하는 것으로 지침이 변경됐다.

화상병은 2015년 경기도 안성에서 처음 발생한 후 매년 되풀이되고 규모도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해까지 화상병이 발생해 폐원한 농장은 전국 11개 시·군 478곳이며 피해면적은 323ha에 달한다. 충북에서는 지난해 충주 76곳, 제천 62곳, 음성 7곳 등 145개 과수원(88.9㏊)에서 화상병이 발생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 과수원 내 외부인 출입을 막는 울타리를 설치하고 출입자 통제를 위한 농장입구 관리를 해야한다”며 “과수원에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소독하고 농작업 중 도구와 농기계도 수시로 소독해 식물병원균의 유입을 차단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