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통화 만으로 전문의약품 처방하면 의료법 위반

입력 2020-05-25 11:11

의사가 실제로 진찰한 적 없는 환자에게 전화통화 만으로 전문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환자에게 진단이나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는 진찰이 필수인데, 이 경우는 진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45)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의사인 A씨는 2011년 2월 지인의 부탁을 받고 전화통화 만으로 환자 B씨에게 비만 치료제인 플루틴캡슐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해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전화 통화 이전에 B씨를 진찰한 적 없고, 환자의 특성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병원에 찾아온 B씨를 대면 진료했고 이후에 처방전을 발급해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B씨의 병원비 결제 내역이 없는 등 대면 진료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가 처방전을 작성하기 전 전화 진찰하는 방법으로 직접 B씨를 진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진찰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처방전을 작성 교부하였음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신뢰할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진찰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데, B씨를 대면해 진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전화통화 당시 B씨에 대한 특성에 대해 알고 있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진찰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