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논란’ 시원하게 설욕한 라모스 ‘끝내기 만루포’

입력 2020-05-25 09:39 수정 2020-05-25 10:02
정근우의 슬라이딩 장면. 뉴시스

9회말 1사 만루 상황. 점수는 5-7. LG 트윈스의 외인 타자 라모스가 타석에 올라서 KT 투수 김민수와의 대결을 시작했다. 3볼 1스트라이크 상황. 라모스는 5구째를 노려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0m의 속 시원한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LG의 짜릿한 역전승. 이날 경기 중 오심 논란으로 앞서갈 수 있는 상황에 점수를 내지 못했던 LG이기에 역전의 기쁨은 더 컸다.

LG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경기에서 KT에 짜릿한 9대 7 역전승을 거뒀다. 라모스의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은 프로야구 KBO리그 사상 8번째로 나온 진기록이다. 라모스 본인의 1호 기록이고, 올 시즌에도 처음 나왔다. LG 구단 역사에선 2009년 4월 10일 로베르토 페타지니에 이은 구단 2호다.

LG는 사실 9회 말 이전에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심판 판정 탓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상황은 3회말 4-4 상황에서 벌어졌다. 1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정근우가 김용의의 타석에 2루로 도루한 후 김용의의 우전 안타를 틈타 3루까지 갔다. 이어진 유강남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 때 홈 플레이트로 슬라이딩한 정근우는 KT 우익수 멜 로하스 주니어의 송구보다 먼저 들어온 걸로 보였다.

LG 더그아웃이 기쁨으로 가득찬 순간, 3루심이 갑자기 정근우의 아웃을 선언하며 득점이 무산됐고, 이닝이 종료됐다. 로하스가 공을 잡기 전에 정근우가 태그업 했다는 판정 탓이었다. 하지만 방송 중계에 정근우가 로하스가 공을 잡은 뒤 주루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태그업과 관련해선 비디오 판독 대상도 아니라, LG는 쓰린 가슴을 삼켜야 했다. 명품 주루 플레이를 펼친 정근우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6회 말에도 심판 판정은 다시 문제가 됐다. 대상은 또 정근우였다. 정근우는 2사 후 오지환의 타석에서 2루로 도루했다. KT 유격수 심우준의 태그업이 빨라 심판은 도루 실패로 판정했다. 정근우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끝에야 심판 판정은 도루 성공으로 번복했다. 느린 화면에서 정근우의 베이스 터치가 빨랐던 것으로 확인돼서다.

우여곡절을 겪은 LG는 결국 4-7을 점수를 9회 말 뒤집으면서 심판 판정에 설욕했다. 이날 경기를 맡은 심판조가 이달 초에 스트라이크-볼에 대한 판정 논란으로 2군으로 강등됐다 이번주 1군으로 복귀한 조라 경기를 지켜본 팬들의 분노도 컸다. 하지만 끝내기 만루홈런을 쳐낸 라모스의 집중력이 이날 경기를 ‘극장 경기’로 완성시켰다. LG는 4회 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하며 단독 2위(11승 6패)로 올라섰다. 1위 NC 다이노스와 3게임 차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