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지난 24일 가진 원내수석부대표들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일하는 국회’를 위해서 협치를 해야 한다는 방향성에서는 공감했지만 어떻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지에 대한 입장은 첨예하게 달랐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도입해서 야당이 발목잡기로 사용했던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통합당은 여당의 무리한 입법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이 권한을 존치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첫 여야 수석 간 첫 회동에서 “개원 일자를 반드시 여야가 합의하고 첫 출발부터 우리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법과 원칙 지켜나가면서 운영하는 국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도 “21대 개원 협상을 시작으로 해서 여야가 서로 협치해서 국민이 바라보시기에 흐뭇한 국회가 될 수 있도록 협상에 최선 다하겠다”며 분위기를 풀었다.
두 원내수석은 회동이 끝나고 26일 양당 원내대표가 회동을 하기로 합의하고, 국회법이 정한 법적 절차에 따라 개원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또한 원내수석 간에 원구성과 관련된 논의는 지속적으로 한다고 약속했다.
다만 여야가 ‘일하는 국회’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속내는 서로 달랐다. 김성원 원내수석은 “일 잘하는 국회라는 것은 행정부가 가진 입법과 예산에 대해서 여야가 협치해서 잘 (견제)하라는 의미로 알아듣겠다”고 선을 그었다.
일하는 국회와 협치를 내세운 두 원내수석의 말 뒤에는 예산결산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느냐와 관련한 신경전이 자리 잡고 있다. 국회는 관행적으로 예결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을 야당에서 맡아왔다. 김영진 원내수석은 “과거 관행을 탈피하고 양 당 대표가 통 크게 협상을 하자”며 예결위원장 자리와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이 가져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17대 국회부터 법사위가 야당에 갔는데, 그때부터 정쟁이 시작됐다. 이젠 정쟁과 발목잡기 굴레를 한 번 끊자”며 “책임여당이 과반을 넘은 경우에 법사위를 여당에서 책임지고 4년 후 선거에서 심판받으면 되지 않나. 그것이 책임정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가는 것을 과거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발목잡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은 회담에 앞서 국민일보와 가진 통화에서 이를 “잘못된 관례”라며 야당이 법사위에서 발목을 잡는 행태가 국회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입법권과 예산 심의권이 가장 주된 국회의 역할”이라며 “무분별한 법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 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맡는 게 맞다”고 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의 존폐도 향후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내세운 ‘일하는 국회법’의 핵심 중 하나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체계·자구 심사권은 소관 상임위에서 심사를 끝낸 법안을 법사위에서 헌법이나 다른 법률과 어긋나는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는 국회법에 명시된 절차다. 국회의원들이 모두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법안 심사를 전문적으로 다시 검토하자는 취지다.
김영진 원내수석은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통해서 헌법 불합치나 여타 사항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상임위에서 논의하고 합의한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이전 상임위에서 합의한 내용을 과대 대표된 특정 야당 법사위원이 막는 행태는 국회법 취지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성원 원내수석은 “입법권에서 무분별한 법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용현 김이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