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회관은 의원실 호수가 한번 확정되면 4년 임기 동안 바뀌지 않는다. 이동 편의성과 풍경도 중요하지만 4년간 함께해야 하는 이웃 의원과의 관계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확정한 의원회관 호실 배정을 살펴보면 이낙연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한 층에 모이는 등 각 당선인들의 성향과 특징도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이 사용하던 746호에 들어가게 됐다. 같은 층에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당선인들이 입주한다. 이개호 의원은 자신이 사용하던 719호를 유지할 예정이다. 오영훈 의원은 기존 715호에서 746호와 가까운 731호로 이동하게 됐다.
청와대 출신 윤영찬 윤건영 한병도 당선인도 7층 이웃사촌이 됐다. 문재인정부의 첫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당선인은 726호를 배정받았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냈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당선인은 727호에 들어간다.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했던 한 당선인은 728호로 입주하게 됐다.
접근성이 낮아 선호도가 떨어지는 10층에는 청년 당선인들이 대거 입주한다. 30대인 김남국(1011호) 오영환(1021호) 장경태(1005호) 장철민(1009호) 전용기(1023호) 당선인이 같은 층에 배정돼 함께 의정활동을 시작한다. 한 청년 당선인은 25일 “한창 뛸 나이인 청년들이 한 층에 모인 만큼 더욱 시너지를 발휘해보겠다”고 전했다.
특정 일자를 연상시키는 호수에 의미가 부여되는 경우도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상징하는 615호는 남북공동선언을 이끈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비례대표 당선인이 사용한다. 4·19혁명을 연상시키는 419호는 홍성국 당선인, 6·10 민주항쟁을 상징하는 610호는 신영대 당선인, 6·29 민주화선언을 연상시키는 629호는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고민정 당선인이 들어가게 됐다.
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이 사용한 방의 새 주인도 눈길을 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썼던 638호는 초선 조오섭 당선인에게 돌아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사용했던 718호는 서영교 의원이 들어간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썼던 454호는 5선의 조정식 의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사용했던 1001호는 유기홍 당선인이 물려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했던 325호는 재선 권칠승 의원이 계속 사용한다.
미래통합당 비례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방 배정은 지난 22일 확정됐다. 탈북민 출신으로 왼팔과 왼다리를 잃은 중증장애인 지성호 당선인은 620호에 들어간다. 다소 외진 곳에 위치했으면서도 엘리베이터와는 가까워 경호와 이동 모두에 용이하다는 평가다. 지 당선인은 “언론에서 (경호 문제로) 10층 이야기가 나왔지만 나는 처음부터 6층을 원했다”며 “6층도 경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620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대 국회 때 사용한 방이다.
민주당과 미래한국당 모두 장애가 있는 당선인들을 배려했다. 민주당은 휠체어를 타는 이상민 의원과 최혜영 당선인을 이동 동선을 고려해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401호와 647호로 각각 배정했다. 미래한국당도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의 김예지 당선인과 소아마비를 앓은 이종성 당선인을 엘리베이터와 인접한 601호와 707호에 배정했다.
통합당은 아직 방 배정 절차를 완료하지 않았다. 통합당 관계자는 “26일쯤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주재 북한공사 출신인 태영호 당선인은 경호 문제로 10층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태 당선인측은 “태 당선인의 1~3지망 안에 10층 방은 없다”고 했다.
이현우 김이현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