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조치 10년…실효 떨어지지만 ‘공식해제’는 부담

입력 2020-05-24 19: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책임을 묻기 위해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취한 대북제재인 5·24조치가 24일 시행 10주년을 맞았다. 정부는 잇단 예외 적용으로 유명무실해진 5·24 조치에 대해 최근 ‘사실상 폐기’를 선언하며 남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5·24 조치 공식 해제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 균열을 낼 수밖에 없고, 미국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수 있어 공식 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정부는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라 그해 5월 독자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발표했다. 5·24 조치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금지 및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 금지 등이 골자다. 그러나 잇단 예외 적용으로 5·24 조치는 발표 이듬해부터 그 실효성을 잃기 시작했다. 이명박정부는 2011년 9월 종단 대표들의 방북을 계기로 투자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은 허용했고, 박근혜정부도 2013년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 기업의 대북 투자를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유명무실해진 5·24 조치 해제에 관해 그동안 신중론을 보여온 문재인정부 내 기류가 10주년을 계기로 바뀌었다. 통일부는 최근 5·24 조치가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건·방역 협력을 시작으로, 대북 개별관광 등 북한과의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입장 변화는 독자적인 남북 교류로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과 일치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7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피격 용사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5·24 조치의 공식 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24 조치 해제 시도가 자칫하면 국제사회에 ‘한국이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의 ‘5·24 조치 실효성 상실’ 발언이 나온 뒤 미 국무부는 곧바로 “남북 협력은 북한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남북 협력을 이유로 대북 제재 공조에 균열을 내지 말라는 뜻이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는 가운데 5·24 조치를 우리가 먼저 해제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으로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가 5·24 조치 해제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5·24 조치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남북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