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모금된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이 70억원대에 달하는 후원금을 쌓아두고도 할머니들을 위해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나눔의집 자원봉사자 양진아씨는 “나눔의집에 갈 때마다 할머니들은 ‘숨이 막힌다’고 말씀하셨다. 할머니들은 ‘문밖으로라도 나가고 싶다’고 자주 말씀하셨지만 그럴 수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을 보조할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24일 KBS에 말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나눔의집은 할머니들을 위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하루 세 끼 식사를 제공했지만 일반식으로 나와, 틀니를 끼거나 치아가 없는 할머니들은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물이나 국에 밥을 말아 억지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이처럼 제대로 된 복지가 이뤄지지 않은 건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사용하지 않고, ‘무료양로시설’로 나오는 지원금만으로 시설을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전·현직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허정아 나눔의집 사회복지사는 “정부가 무료양로시설에 제공하는 입소자 기본 생계비와 인력 지원으로만 식사를 제공하다 보니 할머니들 개개인을 고려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할머니들은 나들이조차 마음대로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인솔할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 이슬기씨는 “이옥선 할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남대문 시장에 가서 옷을 사고 싶다고 하셨는데, 상주하는 직원들이 너무 적어 나갈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양진아씨도 “작은 동전지갑 하나조차도 봉사자들이 사다드려야 했다. ‘돌봄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정작 할머니들은 각종 ‘행사’에 자주 동원됐다고 자원봉사자들은 폭로했다. 이슬기씨는 “위안부 피해와 무관해 보이는 행사에 많이 가셨다”며 “나들이 가려고 할 때도 ‘그 날은 행사가 있다’ ‘국회의원이 온다’ ‘유명인이 온다’ 등 이유로 안 된다고 했던 적이 많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 김모씨는 “국회의원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 유명인 등이 나눔의집에 오면 할머니들은 아파도 거실로 나와 인사해야 했다”면서 “할머니가 ‘내가 기생이 된 것 같아’ ‘맨날 가서 접대를 해야 돼’라는 말씀도 하셨다. 할머니 입에서 그런 말씀이 나오게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지난 3년간 나눔의집은 홈페이지에 게시된 후원금 수입·지출 내역들을 분석해보면 이 법인은 약 70억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나눔의집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도 6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