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희생자 이름으로 1면 채운 NYT… 100년 후에도 기억되도록

입력 2020-05-24 17:56 수정 2020-05-24 18:22
알란 룬드(81·워싱턴) ‘놀라운 귀를 지녔던 지휘자’, 앨런 메릴(69·뉴욕) ‘아이 러브 락앤롤의 작곡가’, 코비 아돌프(44·시카고) ‘기업가이자 모험가’, 단테 데니스 플라젤로(62·롬) ‘아내와의 관계가 돈독했던 사람’, 조단 헤인즈(27·아이오와) ‘유쾌한 미소를 가진 너그러운 청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코로나19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24일자 1면.

24일자(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신문 1면이 코로나19 희생자 1000명의 이름과 짤막한 부고로 가득 채워졌다. 10만명에 육박하는 미 전역의 코로나19 사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전례없는 파격적 편집을 감행한 것이다. NYT는 지면이 배달되기 전 트위터에 1면 사진을 공개하며 “그들은 단순히 명단 속 이름으로만 남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였다”고 추모했다.

이번 기획을 주도한 사이먼 랜던 그래픽 에디터는 “우리 모두가 코로나19 수치를 보는 데 지쳐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점이나 막대 그래프만으로는 희생자들이 누구였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희생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들 역시 다양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NYT는 이 지면을 만들기 위해 연구원, 편집자, 대학원생으로 이뤄진 팀을 짠 뒤 미 전역 각지의 신문과 온라인 등에 게재된 1000명의 부고문을 일일이 찾았다. 코로나19가 사인으로 기재된 이들의 부고 기록이었다.

부고문을 읽은 편집팀은 상실된 삶들을 짤막한 문장으로 복원시켰다.

NYT 국내면 편집자 마크 레이시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겪고 있는 희생들을 100년 후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이 뒤돌아 살펴볼만한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