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中기업 쫓아내나… 英총리 ‘3년내 화웨이 완전 배제’ 주문

입력 2020-05-24 16:34 수정 2020-05-24 16:55
중국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화웨이 본사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진원지 및 초기 대응과 관련해 ‘중국 책임론’을 펼치고 있는 미국이 지난 15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고강도 규제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유럽에서도 중국 기업 배제 움직임이 시작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23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영국 내 5G 통신망 사업에서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화웨이의 비중을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오는 2023년까지 자국 내 인프라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할 계획을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존슨 총리가 다음달 미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 참석을 앞두고 자국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라고 지시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상당히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영국 내에서도 보수당은 화웨이 장비 도입에 대해 반대 의견을 계속 강조해 잡음이 있었다.

텔레그래프는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만큼 존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 관련 대화를 이전보다 많이 나눌 것”이라면서 “팬데믹 이후 중국의 투자에 대한 보수당의 반발도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FT 역시 “존슨 총리는 팬데믹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라는 정치권의 압박을 계속해서 받고 있었다”면서 “화웨이를 다시 생각하게 된 데는 코로나19에 대해 중국에 책임이 있다는 비난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했다.

당초 영국은 통신사업의 민감한 부문에선 화웨이 장비를 제외하되 비핵심 부문에서는 점유율 35%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도입을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마저도 백지화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정부 한 관료는 “최근 몇개월 사이 분위기가 바뀌었다”면서 “(화웨이에 대해) 지금 당장 재검토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면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영어권 5개국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가 수집한 정보에 접근을 제한하겠다”고 밝히는 등 존슨 총리를 압박해 왔다.

통신사들은 FT에 “18개월에 거친 검토 끝에 제한적인 장비 도입을 결정했음에도 여전히 정치적 논쟁거리라는 것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2023년이란 목표 시점은 너무 공격적”이라며면서 “이같은 결정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지난 21일 존슨 총리가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주요 의약용품을 비롯한 전략 물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계획의 이름은 ‘프로젝트 디펜드’다.

영국이 이같은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다른 국가들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에 대해 어떤 입장 변화를 나타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독일 등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미국의 압박에도 중국산 통신장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화웨이는 지난 2월 화웨이 첫 유럽 공장인 5G 부품공장을 프랑스에 세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