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8년 만에 핵 실험 재개 논의…세계패권 경쟁 일환

입력 2020-05-24 16:29 수정 2020-05-24 16: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1992년부터 28년간 중단했던 핵 실험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언제든 신속히 핵 실험을 재개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과시해 세계패권 경쟁국들과의 군축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전현직 고위관료들을 인용해 지난 15일 국가안보 기관들을 대표하는 고위 당국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최근 저위력 핵 실험을 실시했다는 의혹이 안건으로 올라왔고, 미국도 이에 맞서 핵 실험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미국의 핵 역량을 과시하면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3국 간 핵 통제 협상을 끌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와의 핵무기 통제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이 내년 2월 만료되는 상황에서 중국까지 포함한 더 포괄적인 핵 통제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 자체를 거부하는 중국과 협정 범위를 확대하자는 미국의 요구에 미온적인 러시아 양국에 ‘충격 요법’ 한 방이 필요하다는 게 강경파의 입장이다.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국가핵안보국(NNSA) 당국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논의는 잠정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당국자는 “핵 실험 카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지만, 또 다른 당국자는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영국 가디언은 23일 미국의 핵 실험 재개 논의에 대해 러시아보다는 새로운 패권 경쟁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어떻게든 압박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 전직 관리는 가디언에 “중국을 3국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인다는 맥락에서 핵 실험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