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개막전부터 2연패하며 위기에 휩싸였던 이임생 감독의 수원 삼성이 23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첫 승리를 거두면서 향후 행보에 탄력을 받을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천전 이후 예정된 2경기가 초반 부진한 승격팀들과의 경기라 상승세를 탈 가능성도 조심스레 예상된다.
수원은 23일 인천을 ‘빅버드’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여 치열한 경기 끝에 1대 0 신승을 거뒀다. 인천은 앞선 두 경기에서 무실점했던 수비력을 바탕으로 수원의 공격을 잘 버텨냈으나 수원 김민우에게 골문 오른쪽 페널티박스 안에서 후반 15분 페널티킥을 내줬다. 주장 염기훈이 이를 성공시킨 뒤 수원은 이어진 인천의 반격을 끝까지 잘 버텨냈다.
앞선 지난 8일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와의 개막전 경기에서 수원은 답답한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았다. 외국인 선수 헨리가 버틴 수비진은 강력했으나 미드필드에서 공격진까지 패스가 이어지는 일이 드물었다. 결국 일방적인 경기 끝에 전북의 베테랑 이동국의 결승골로 승부를 내줘야 했다. 전후반 통틀어 수원의 유효슈팅이 0에 불과했을 정도로 졸전이었다.
다음 경기는 좀 달랐다. 전북과 함께 우승후보로 꼽히는 울산을 상대로 수원은 분전했다. 웅크리고 있다가도 역습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보다 매끄러워졌다. 공격을 주로 담당하는 주장 염기훈이 중원으로 내려와 볼줄기를 흐르게 하는 데 기여한 결과였다. 후반 초반 신입 외국인 선수 크르피치의 데뷔골로 2대 0으로 앞서갈 때만 해도 대어를 잡을 수 있을 법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후 울산이 총반격에 나서면서 수원은 후반에만 내리 3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수비 중심전력인 홍철과 역습 첨병 역할을 하던 한의권이 부상으로 연달아 빠지면서 조직이 흔들린 게 뼈아팠다. 분명 발전한 경기력이었지만 다소 어이없는 역전패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비난이 빗발쳤다. 팬들 일부에서는 이임생 감독의 거취를 거론하기까지 했다.
인천전까지 흐름을 놓고 봤을 때 수원의 경기는 분명 나아진 구석이 있다. 역시 염기훈이 중원으로 내려온 수원은 큰 위기를 내주지 않으면서 상대를 몰아붙였다. 인천이 전반 동안 내려앉았고 인천의 선발 공격수 케힌데가 도중 부상 아웃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지난 시즌 득점왕 타가트도 비록 인천 정산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날카로운 유효슈팅을 날리며 감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수원은 30일 있을 4라운드에서 승격팀 부산 아이파크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이어 다음달 7일 열리는 5라운드에서도 승격팀 광주 FC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두 팀 모두 개막 이래 모든 경기에서 패를 기록하며 호된 복귀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부산이 24일 3라운드에서 울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지만 객관적 전력을 따졌을 때 승산이 높지는 않다. 수원으로서는 리그 최상위 전력 2팀과의 경기 뒤 반등할 기회인 셈이다.
이임생 감독은 23일 경기 뒤 인터뷰에서 “심리적인 부분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했다”면서 “조금 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꾸짖기보다 다독이면서 팀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감독은 “첫 승을 거뒀기 때문에 이제 한발짝 올라갔다”면서 “자만하지 않고 다음 경기를 위해 노력하겠다. 선수들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