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외인 잔혹사’…삼성, 타 팀 ‘부럽네’

입력 2020-05-24 14:10 수정 2020-05-24 20:44
라이블리가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 1회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다. 끝없는 부진에 빠진 SK 와이번스보다 순위 테이블에서 단 1단계 높은 9위를 마크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아쉬운 성적의 이유는 올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는 ‘외인 잔혹사’다. 잘 나가는 팀들의 외인들이 매일같이 호투·불방망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삼성 외인들은 이번 시즌에도 부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의 외인 투수 벤 라이블리(28)는 때 아닌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삼성은 23일 1군 엔트리를 변동하면서 “라이블리가 왼쪽 옆구리 근육 손상으로 재활을 시작한다”며 “6~8주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라이블리는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지만 단 1타자만을 상대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경기 전부터 느꼈던 옆구리 통증을 버티지 못해서다. 김윤수가 대신 올라왔지만 1과 ⅔이닝 동안 3피안타 4사사구 3실점으로 무너졌고, 결국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두산에 7대 12로 패했다.

라이블리는 지난해 8월 대체선수로 삼성에 합류해 57이닝을 던지며 4승 4패 평균자책점 3.95로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다. 삼성도 올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으로 믿음을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총 4경기에 나와 13과 ⅓이닝만을 소화하며 3패에 평균자책점 5.40만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상까지 당해 삼성으로선 허탈할 수밖에 없게 됐다.

타일러 살라디노의 모습. 뉴시스

외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31)도 끝없는 부진에 빠졌다. 14경기에서 타율 0.128만을 기록 중이다. 그 가운데 삼진만 15개를 당할 정도로 한국 무대 타격 적응이 더디다. 수비에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제 몫을 다 하고 있지만, 중요한 타격에선 본인의 역할을 완수하지 못하고 있다.

외인 타자지만 중요한 순간에 대타로 교체되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21일 LG 트윈스와의 홈경기 0-2로 뒤져있던 7회 말 1사 2루에서 살라디노 대신 좌타자 박찬도를 세웠다. LG 투수가 사이드암 정우영이었기 때문에, 올해 잠수함 투수를 4차례 만나 모두 삼진 당한 살라디노를 내린 것이다. 타격 지표를 만회하지 못한다면, 남은 시즌에서도 자신의 쓰임새를 증명할 수 없는 살라디노다.

삼성이 영입한 외인들의 부진은 삼성이 홈구장을 이전한 지난 2016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2016년엔 대체선수까지 3명의 외인 투수가 6승만을 올렸고, 순위는 2위에서 9위로 떨어졌다. 외인 타자 아롬 발디리스는 부진과 부상으로 8월에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또 다시 9위를 기록한 2017년도 마찬가지였다. 외인 투수들은 5승만을 합작했다. 2018년엔 아델만(8승), 보니야(7승)가 어느 정도 선전해 성적이 6위로 올랐지만, 에이스급 활약은 아니었다.

반면 고공 행진 중인 타 팀들의 성적엔 이유가 있다. 상위권 팀 외인들은 연일 호투와 불방망이를 이어가고 있다. 루친스키(NC 다이노스) 알칸타라(두산) 요키시(키움 히어로즈)는 나란히 3승으로 팀을 이끈다. 페르난데스(두산)는 거의 5할대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고, 터커(KIA 타이거즈)와 라모스(LG)도 각각 홈런 6개·5개를 때려내며 장타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삼성으로선 배가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