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단체 “베이징 바이든” 정치광고
공화당도 ‘중국 옥죄기’ 법안 줄지어 내놓아
트럼프 ‘반중 올인’ 놓고 엇갈린 전망
“중도층에 효과”…“책임전가하는 전형적 패턴”
올해 11월 미국 대선과 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반(反) 중국 전략(anti-China strategy)’에 올인하고 있다고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확산되는 반중 여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지난 15일∼18일 미국 성인 유권자 19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31%는 ‘중국은 미국의 적’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 1월 같은 조사보다 11%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라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친근하지 않지만 적도 아니다’는 답변도 30%에 달했다. 중국을 적으로 보거나 최소한 친근하지 않게 보는 비율이 61%를 차지한 셈이다.
반면에 중국을 ‘동맹으로 본다’는 답변은 5%에 불과했고, ‘친근하지만 동맹은 아니다’는 대답은 18%를 기록했다. 중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이 두 대답을 합친 비율은 23%로 나타났는데, 이는 4개월 전 보다 9%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폴리티코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반중 정서가 오름세에 있다”고 평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법안들을 쏟아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발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올인 전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을 덮어주면서 대선 승리에 기여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더 힐’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아메리카 퍼스트’는 1000만 달러(124억원)를 들여 ‘베이징 바이든’이라는 제목의 정치 광고를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인 미시간주·위스콘신주·펜실베이니아주에 내보내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메리카 퍼스트’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중국과의 연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광고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중국에 온건하다고 주장하면서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도 중국을 압박하는 법안들을 연이어 내놓으며 ‘중국 때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짐 뱅크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중국 정부의 미국 기업 투자를 어렵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특히 앤 와그너 공화당 하원의원은 중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담은 법안들을 시리즈로 제출했다. 이 법안들은 중국의 미국 내 자산 동결, 제재 부과, 여행 금지, 그리고 코로나19 피해와 관련해 중국이 미국에 배상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보복 관세 등 중국을 겨냥한 고강도 조치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도 미국에 맞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 피해를 주지 않고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딜레마라고 CNN방송은 전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은폐를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민주당이 이 위원회 참여를 거부하자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중국과 맞서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 공산당을 보호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반중 올인 전략’이 대선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예상하기 힘들다고 ‘더 힐’은 분석했다. ‘더 힐’은 전문가를 인용해 “공화당 지지층은 물론 일부 격전지와 중도층에 반중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은 여전히 높고, 반중 전략이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고 ‘더 힐’은 설명했다.
데이비드 시실린 민주당 하원의원은 “중국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실린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초기 시점에 위험을 경시하면서 6주 이상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면서 “이것(반중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 다른 조직, 다른 국가에 돌리는 패턴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갈등은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펼치면서 중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행동으로 옮길 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인사를 겨냥해 앞서 “또라이(wacko)”, “얼간이(dope)” 등의 막말을 쏟아 붓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대량살상무기(WMD)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탄압을 이유로 들면서 33개의 중국 회사와 기관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이 지난 15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고강도 규제조치를 내놓은 데 이어 후속 조치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면서 미·중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중국을 향해 “매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자 중국 외교부는 “내정 간섭을 말라”고 맞받아쳤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