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1년을 근무할 경우 받게 되는 연차 유급휴가를 미리 당겨 쓰는 것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경북의 한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는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B씨에게 1년을 근무할 경우 나오는 연차를 앞당겨 쓰도록 해줬다. A씨는 이를 월 근무기간에 포함시킨 뒤 장기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 건보공단은 2018년 8월 현지조사를 통해 해당 센터가 인력배치기준 및 인력추가배치 가산기준을 위반해 장기요양급여비용 339만여원을 부당 청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라 같은 해 10월에는 장기요양급여비용에 대한 환수처분을 내렸다.
건보공단은 간호조무사 B씨가 당겨 쓴 연차는 근무시간에 산입되지 않아 월 기준 근무시간을 충족하지 못했고, 구 노인장기요양보호법상 인력배치기준을 위반한 것이므로 장기요양급여비용을 감산해 신청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급휴가를 당겨쓰는 것이 위법은 아니지만 근로기준법상 연차 유급휴가가 아니기 때문에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불된 연차 휴가는 근로기준법상 연차 휴가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이므로 위법한 것은 아니나, (연차휴가가) 가불된 후 B씨의 근무기간 요건이 충족됐다고 해 그 본질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가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만약 가불된 유급휴가를 월 근무기간에 포함해 인정했다가 추후 근무 요건을 충당하지 못한다면, 장기요양급여 비용을 소급적용하는 데 있어 감독·정산 문제로 행정력의 낭비가 초래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