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마음껏 복음 전하는 모판 만들려면…

입력 2020-05-24 08:22 수정 2020-05-25 09:39
왼쪽부터 성현 필름포럼 대표, 이무영 감독, 조현기 SIAFF 프로그래머.

제17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영화제·SIAFF)가 다음 달 2일 서울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영화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 상영을 시작으로 개막한다. 2003년 문화선교를 통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비전으로 시작한 영화제는 일반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막식 초청 인원을 줄이고 발열 확인 및 소독, 좌석 간 거리 두기 등을 실시해 철저히 방역하는 가운데 안전하게 진행한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지난 22일 영화감독 이무영 SIAFF 부집행위원장, 필름포럼 대표 성현 부집행위원장, 조현기 SIAFF 프로그래머를 만나 SIAFF 및 문화선교의 의미 등에 대해 인터뷰했다.

-코로나19로 각종 영화제와 공연 등 문화사역이 위축됐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제를 개최하는 이유는.

성현 필름포럼 대표=영화제가 시기적으로 2월에 진행했다면 당연히 안 하는 게 맞다. 6월 즈음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되는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안정화되는 시기로 봤다. 복음은 단순히 죄를 짓지 않는 것 못지않게 선을 행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생활방역을 지키면서 복음적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는 고민을 했다. 영화제 취지를 살리면서 생활방역을 잘 지키는 영화제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의 문화 사역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무영 감독=복음이 교회 안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문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 복음이 설교만을 통해 전해지는 게 아니다. 조금 더 세상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 기독교 문화가 훨씬 많은 사람과 소통했으면 한다. 많은 사람의 헌신을 요구하고 큰 교회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그런 선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결국 건강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기독 영화제작자들이 애를 씀에도 결과물들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부족한 현실이다. 신앙을 전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복음적 가치를 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영화는 힘이 있다. 나치 시대 히틀러가 자신의 사상을 선전하는 데 영화를 사용했다. 복음의 선한 도구로 대중에게 인생의 큰 깨달음을 주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복음적인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성 대표=기독 문화적 생태계가 너무 약하다 보니 재능있는 사람이 뛰어들어도 버티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문화선교연구원이 창립한 지 22년이 됐고 필름포럼이 개관한 지 9년이 됐다. 이런 역사 가운데 좋은 분들이 의기투합하며 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화제 이후에도 대중과 소통하는 크리스천 문화생태계를 위해선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쪽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후원을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자생하는 구조가 절실하다. 문화에 비전있는 사람이 언제든지 올 수 있고 그의 달란트를 개발시키는 생태계를 단계적으로 만들고 싶다.

-영화제 주제와 개막작, 폐막작 등을 설명해주시면.

조현기 프로그래머=올해 영화제 주제는 ‘이음’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은 관계 맺음이기도 한다. 인만의 오만과 탐욕으로 야기된 코로나19로 파괴된 우리의 이어짐은 다시 서로서로 돌아보고 사랑으로 배려해야 회복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한 이어짐을 확인하는 영화제가 될 것이다. 개막작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어린이 TV 프로그램 진행자인 프레드 로저스 목사의 평생에 걸린 어린이 사역과 철학이 잘 드러난다. 영화제가 추구하는 아가페 가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폐막작 ‘엠마누엘’은 기독교 핵심 가치인 사랑과 용서를 이야기한다. 2015년 미국 남부 흑인 커뮤니티 교회에서 발생한 인종 차별적 총격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개막작은 이웃 사랑 실천, 폐막작은 용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전보다 축소된 이번 영화제에는 열의 있는 부지런한 분들이 오실 것으로 예상한다. 시네 토크 등 관객과 소통하는 다양한 행사는 자료집으로 만들어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나누어 줄 예정이다. 사람과의 접촉이 줄어든 코로나19 시대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콘텐츠를 공유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고군분투하는 문화사역자들을 격려해주시면.

성 대표=우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겠다고 하신 요한복음 14장 18절 말씀처럼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현장 사역자 중 고립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 시기를 함께 잘 극복하자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