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코로나 생존기 “방치됐었다…감염경로 아직도 몰라”

입력 2020-05-22 14:51
지난 21일 마스크를 쓴 남성이 일본 오사카의 한 거리를 지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를 유지하며 긴급사태 조치를 하나둘 풀고 있는 일본에서 60대 남성이 2주간의 투병기를 털어놨다. 병원 입원까지 사흘이 소요되고, 아직도 감염 경로를 모르는 등 일본의 부실한 방역체계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교토신문은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치료를 받고 지난달 21일 퇴원한 A씨(67)가 2주간 겪은 투병기를 2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A씨가 몸의 이상을 느낀 것은 지난달 4일 오전이었다. 혈압 수치가 올라가 집 근처 진료소를 찾은 그는 관련 약을 처방받았지만 늦은 오후부터 발열과 관절통이 시작됐다.

재차 병원 응급실에 간 A씨는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폐렴 소견이 보여 즉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그는 “폐렴이 밝혀지자 의사의 태도가 돌변했다. 동요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우선 귀가한 A씨는 다음날 교토시나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하루가 더 지나자 불안해진 그는 세번이나 시에 문의했고, 오후에야 보건소로부터 양성 판정을 확인받았다.

교토신문에 2주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투병기를 털어놓은 60대 일본인 남성. 교토신문 홈페이지 캡처

A씨는 보건소 직원과의 통화에서 바로 입원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돌아온 건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당장은 어렵다”는 말이었다. “방치됐다”는 기분이 든 그는 답답함과 고열이 계속돼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졌다고 했다.

최초 진단검사 후 3일이 지난 7일에야 교토 니시쿄구의 한 병원에 입원한 A씨는 증상이 더욱 나빠져 갔다. 39도대로 열이 오르자 산소호흡기를 썼고,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을 추진하는 ‘아비간’을 며칠간 복용했다.

A씨는 고열이 4일 넘게 지속돼 “등과 허리 관절이 아프고, 몸이 산산이 조각난 듯한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TV에서 코로나19 사망자 뉴스를 볼 때면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여러 차례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입원한 지 열흘이 넘고 증상이 나아지자 경증환자를 격리 치료하는 한 호텔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두 번의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 입원 2주 만인 지난달 21일 퇴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아직도 자신이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코로나19에 전염됐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마라톤이 취미인 그는 “체력에 자신이 있기에 코로나19를 가벼운 병으로 알았다”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뿐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