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해 잠적 중이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향후 오 전 시장에 대한 법적 처벌 등 사법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부산경찰청은 오 전 시장을 22일 오전 소환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의 출석은 지난달 23일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부산시청을 떠나 잠적한 지 29일 만이다. 경찰은 이날 오 전 시장에 대한 조사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주목받자 한때 공개 소환을 검토했지만, 오 전 시장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비공개 소환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경찰청 지하 출입구로 들어와 곧바로 수사전담반이 있는 부산경찰청 10층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 전 시장을 대상으로 형법상 강제추행, 성폭력 처벌특례법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을 수사하고 있다. 피해자와 사건 합의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는지도 조사한다. 지난해 10월 한 유튜브 채널이 제기한 오 전 시장의 또 다른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는다. 경찰은 사건 무마를 위한 피해자 이직 과정에서 채용 비리 청탁 등 업무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시민단체가 고발한 혐의 내용을 오 전 시장에게 확인할 예정이다. 오 전 시장은 변호사 입회하에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초 여직원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5분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피해자 측과 4월 이내 사퇴한다는 공증서를 작성한 뒤 지난달 23일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의 사퇴 기자 회견 이후 피해자 측은 “오 전 시장과 보좌진들이 피해자를 위해 노력한 점은 성폭력 사건 이후 최소한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소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 경찰도 사건을 인지하고 곧바로 행동에 나섰지만, 피해자가 고소가 없어 내사로 진행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서울 남부지검과 중앙지검, 부산지검에 접수한 고발장이 경찰로 넘어오면서 오 전 시장 사퇴 나흘 만에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오 전 시장은 사퇴 기자회견과 함께 시장직에서 물러난 뒤 경남 거제도 한 펜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등 칩거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동안 경찰은 오 전 시장의 비서실·정무라인 직원 등 관련자 조사를 진행해 왔다. 또 지난 주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오 전 시장과 정무라인 직원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분석해왔다.
앞서 경찰은 오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오 전 시장의 엄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 범죄의 경우 지난 2013년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돼 피해자의 고소나 처벌 의사가 없어도 수사가 가능하다. 따라서 피해자가 수사기관 등에 직접 고소한 뒤 가해자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고소를 취하하거나 합의 등을 통해 용서하더라도 형사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범죄 특성상 구체적인 피해를 피해자 입을 통해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피해자 진술이 중요하다.
현행법상 강제추행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의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또 신상정보등록과 공개고지 등 보안처분도 가능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해자 조사를 마무리하고 오 전 시장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