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개입 전 日제압” 中 센카쿠 점령계획 있다…산케이 보도

입력 2020-05-22 11:11
센카쿠 열도. 교도통신 연합뉴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해군이 양국의 충돌 상황을 가정해 점령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는 미국 보고서가 나왔다. 일본 해상자위대를 압도하는 해군력을 바탕으로 미군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빠르게 센카쿠를 탈취한다는 계획이다.

22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안보환경연구기관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최근 ‘일본의 해양 파워에 대한 중국의 견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는 중국이 센카쿠를 점령하는 경우 일본을 재빠르게 압도하고 미군이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며 전면전을 가정하고 각종 미사일로 일본의 방위를 붕괴시킨다는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실렸다.

센카쿠 열도는 대만에서 북동쪽으로 120㎞,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200㎞ 떨어진 해상에 있는 도서군으로 5개 섬과 3개의 암초로 이뤄져 있다. 주변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돼 중국, 일본, 대만이 오랜 기간 영토분쟁을 벌여왔다.

보고서가 언급한 점령 시나리오는 중국 해군이 공인한 잡지인 ‘현대 함선’에 최근 전문가들이 제시한 내용이다. 시나리오를 보면 일본 해상보안청 선박이 센카쿠 해역에 진입한 중국 해경 함정에 총격을 가해 부상자가 생기면 근처에 있는 중국 해군 056형 호위함이 현장으로 출동하고, 이내 일본 측을 공격해 피해를 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EPA 연합뉴스

양측이 전투태세에 돌입하면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을 중심으로 한 기동부대가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에 있는 미야코 해협을 통과하는데 일본 부대의 추적을 받겠지만 결국 격퇴하고 센카쿠 열도를 점령한다고 시나리오는 가정하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배경에는 중국의 해군력이 일본 자위대를 압도한다는 분석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보고서는 양국의 해군력에 관해 “중국은 최근 5년 정도에 해군력을 극적으로 증강해 일본에 대해 큰 폭의 우위를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2010년쯤 대규모 해군 증강을 시작했고, 5년여간 해군 함정의 총톤수·성능·화력 등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함정 장비인 ‘미사일 수직 발사 장치’(VLS·Vertical Launching System)는 일본을 압도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중국 해군은 20년 전만 해도 VLS가 없었지만, 올해는 1500기를 가진 일본을 넘어 2000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신화통신 연합뉴스

보고서는 이어 일본 해상자위대가 그간 아시아의 주요 해양 파워로서 전투력·억지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에 확실히 뒤졌다며 이러한 역전 현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후 발생한 중요한 역학 변화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의 연구 결과·자료를 바탕으로 해군력 변화를 분석해보니 중국은 센카쿠 열도 탈취나 동중국해 패권 획득에서도 일본을 굴복시키는 게 용이해졌다고 보고 군사력의 행사를 억제하는 경향을 줄였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보고서는 센카쿠 탈취나 동중국해 패권 확립, 미국과 한 몸인 일본의 안보 정책 개편, 동아시아에서 미군 구축(몰아서 쫓아냄) 등 중장기 전략 목표가 중국의 해군력 증강과 대일 군사전략 강화의 배경이라고 지목하며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 독자적으로 또는 미·일이 협력해 해상 방위력을 강화하라고 제언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