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홍콩 법도 대신 만드는 중국 ‘시위하면 징역’

입력 2020-05-22 00:01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회의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중국이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기로 했다. 장예쑤이(張業遂)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은 21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날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보안법률 제정에 관한 의안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따른다면 홍콩은 독립된 자치권을 누리기에 홍콩의 법은 홍콩 의회가 제정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중국이 법을 제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홍콩 야권과 민주화 운동 진영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장 대변인은 “홍콩특별행정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분리될 수 없는 한 부분”이라며 “전인대 대표들은 헌법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홍콩의 국가안보를 지키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안보를 지키는 것은 홍콩 동포를 포함한 전 인민의 근본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AFP=연합뉴스)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시작을 알리는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회의 개막식이 2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다.

22일 전인대 개막일에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에 대한 결의안 초안이 제출돼 통과되면 두 달 뒤 전인대 상무위원회 최종 입법 절차를 거친 후 홍콩 국가보안법은 효력을 갖게 된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 안전을 저해하는 위험 인물에게 30년 이하 징역형을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홍콩 정부가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홍콩 시민 50만명이 거리로 나와 이를 저지한 바 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홍콩에서 일어나며 중국 중앙정부는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이를 막으려는 계산이다.

관련해 스탠리 응(吳秋北)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는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 홍콩의 폭력분자들이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 전복을 꾀하고 있다”며 국가안보 구멍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을 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홍콩 범민주 진영은 다음 달 4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6·4 톈안먼(天安門) 시위' 기념집회를 계획 중에 있다.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대학생들이 유혈 시위를 벌인 것을 기리며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해서도 반대할 예정이다.

다만 홍콩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8인 초과 집회나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빅토리아공원에서의 대규모 집회가 어려운 이유다. 이에 집회를 주최하는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는 홍콩 곳곳에서 게릴라식 시위인 ‘유수(流水)식 집회’를 열려고 하고 있다. 거리에 있는 시민들이 저녁 8시 일제히 촛불을 켜는 방식이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