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긴급사태’ 선포에 따른 일본 정부의 외출 자제령을 무시하고 기자들과 돈내기 도박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구로카와 히로무(63) 도쿄고검 검사장이 결국 사임했다. 구로카와 검사장의 정년을 꼼수 연장해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은 아베 신조 총리도 자신의 책임을 시인했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내각 총리 앞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기 마작) 보도 내용은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지만 긴급사태 선언 기간 중 저의 행동은 너무 경솔한 것이었다”며 “통렬히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카와 검사장이 제출한 사표는 모리 마사코 법무상이 수리했고, 아베 총리는 법무성의 이 같은 대응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주간지 슈칸분슌은 최신 호에서 구로카와 검사장이 지난 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산케이신문 사회부 기자 2명과 아사히신문 전 검찰 담당 기자 등 3명과 내기 마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긴급사태 기간 중 ‘3밀(밀폐공간·밀집공간·밀접접촉)’을 피하라는 정부 요청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직자가 산케이신문 기자의 도쿄 집에 모여 내기 도박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자사 직원이 긴급사태 선언 중인 4~5월 총 4회에 걸쳐 산케이신문 기자의 자택에서 내기 마작을 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약 5년 전부터 인연을 맺기 시작해 최근 3년간 월 2~3회 빈도로 내기 마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회에 1인당 적게는 수천엔에서 많게는 2만엔 정도를 잃거나 땄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의 고위관계자는 “지극히 부적절한 일에 거듭 사과한다”며 “취재활동이 아닌 개인활동이지만 좀더 조사를 진행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7일 정년을 맞아 퇴직할 예정이었던 구로카와 검사장의 정년을 이례적으로 6개월 연장했던 아베 내각도 정치적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나다 노부오 검찰총장이 오는 8월 임기를 마치면 구로카와를 후임으로 임명하기 위해 맞춤형 꼼수 정년 연장을 했다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계속돼온 상황에서 ‘마작 스캔들’이 불을 지핀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 실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시인했다. 그는 “구로카와 검사장의 정년 연장은 법무성의 엄정한 절차를 거쳐 각의(국무회의) 결정으로 이어졌다”면서도 “최종적으로 내각에서 결정하므로 총리로서 당연히 책임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