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앞으로 6년간 차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산업 인터넷 등 첨단 기술 분야에 10조위안(1730조원)을 투자할 전망이다.
이는 강력한 화웨이 제재 등을 통해 중국의 기술강국 부상을 차단하려는 미국에 맞서 첨단 기술 분야의 세계 패권 경쟁에 본격 뛰어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날 개막한 양회(兩會)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핵심 첨단 기술 분야에 10조위안을 투자하는 계획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 계획은 각 지방 정부와 화웨이, 알리바바, 텐센트, 디지털 차이나, 센스타임 등 중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 주도로 5G 통신망 구축과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공장 자동화·안면 인식 등 인공지능(AI)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기술 민족주의가 세계적인 화두가 된 상황에서 제시된 중국의 첨단기술육성 계획은 ‘중국제조 2025’에서 목표로 제시된 것처럼 중국 산업의 외국 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스템 통합(SI) 업체인 디지털 차이나의 마리아 궉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 같은 계획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구상으로, 중국이 전 세계 기술 패권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포석”이라며 “이미 올해부터 돈이 흘러다니는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첨단기술 육성책이 중국 내 ‘산업 인터넷’ 업체들이 통합돼 대형화되면서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의 지멘스 등 글로벌 리더들과 경쟁할 수 있는 대기업 출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중국은 2025년까지 산업인터넷 플랫폼 분야에서 세계 3대 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해 5630억달러(690조원)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투자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이 향후 11년간 매년 1800억달러(총 1조980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인프라 투자 계획도 갖고 있으며 여기에는 전력선과 철도라인 구축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특히 기술 분야 부양책은 철저하게 중국 기업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미국 등 외국 기업들은 기존에 진행되는 사업 기회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초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이 370억위안 규모의 5G 기지국 프로젝트를 발주했는데 화웨이와 다른 중국 업체들이 대부분 사업을 따냈다. 외국 업체로는 스웨덴의 에릭슨이 올해 들어 4개월 동안 10% 조금 넘는 수주를 했을 뿐이다.
디지털차이나는 지린성 창춘의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프로젝트에서 IBM이나 오라클 등 미국 업체들 대신 국내 업체들에게 사업을 맡길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책은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첨단 기업들을 고강도로 압박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로 대만 TSMC와의 협력 고리가 끊어지면 스마트폰 등 소비자 부문 사업 외에도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까지 큰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비상이 걸렸다.
최신 5G 중계기에 들어갈 핵심 반도체 부품은 전량 TSMC에서 조달해왔으며,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아직 기술력이 떨어져 TSMC를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등을 통해 5G 산업을 발전시켜 세계적인 정보통신(IT)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 찬 계획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화웨이는 세계 각국에서 통신망 구축 사업을 하고 있고, 올해 중국 내에서 3대 이통통신사들이 발주하는 50만대의 5G 기지국 사업에서도 화웨이가 70%를 차지하는 데 미국의 제재로 모든 게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