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양회 개막날 “악랄한 독재정권” 퍼부은 폼페이오… 전면전 양상

입력 2020-05-21 17:00 수정 2020-05-21 18:04
美의회는 ‘中기업 상장금지법’ 통과
中, 1730조 들여 기술패권 장악 시동
SCMP “7월 중·러 정상회담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자회담을 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20일(현지시간) 행정부와 의회가 동시에 나서 중국을 압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을 ‘악랄한 독재 정권’이라고 규정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공개 비난했다. 정상적인 외교 관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기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가동했다. 2025년까지 10조위안(약 1730조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프로젝트다. 시 주석이 오는 7월쯤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을 향해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했다. A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언론브리핑에서 “중국에 관한 몇 가지 논평으로 시작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먼저 기본적인 사실을 말하자면 중국은 1949년 이후 악랄한 독재 정권,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통치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무역과 과학 교류, 외교적 접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통해 그 정권이 우리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시작하는 날 작심하고 체제 비판을 가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도 지적했다. 그는 “이 전염병으로 대략 9만명의 미국인이 숨졌고 36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전 세계적으로는 30만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약 9조달러(약 1경1000조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위해 내겠다고 한 기여금은 그들이 지운 비용에 비하면 쥐꼬리 만한(paltry) 수준”이라고 깎아내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이례적으로 시 주석을 직접 언급하며 “시 주석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은 투명하며 책임지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렇게 되기를 희망했다”고 말했다.

의회도 가세했다. 미 상원은 이날 알리바바와 바이두 같은 중국 기업이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시기지만 이 법안만큼은 여야 의원이 공동발의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기업이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지 않음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이에 관한 미 감독기관의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하면 상장할 수 없도록 했다. 사실상 중국 기업을 정조준한 조치다.

이에 더해 미 국무부는 대만에 신형 어뢰 판매를 승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을 대놓고 자극하는 일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집권 2기를 시작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미 국무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축하 성명을 보내자 중국은 외교부와 국방부가 총출동해 “내정간섭”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CPPCC)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적 공세에 맞서 첨단기술 분야의 패권 장악에 시동을 걸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양회 기간 무선통신과 인공지능(AI) 분야에 2025년까지 10조위안(약 173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이미 시행 중인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의 기술 분야 버전으로 시 주석이 직접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인프라 구축은 알리바바, 화웨이, 디지털차이나 등 중국의 대표 IT기업 위주로 추진될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기술 주도의 경기부양책으로 미국 기업들이 이익을 얻을 것 같지는 않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이 기존 사업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관저에서 원격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SCMP는 또 시 주석이 오는 7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하는 브릭스(BRICs·신흥경제5개국) 정상회의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SCMP에 따르면 러시아는 두 행사를 모두 푸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대면회의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 시 주석이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시 주석의 첫 해외 방문이 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