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로 팀이 침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사기가 떨어지지 않게 방법을 찾겠다.”
프로축구 K리그1 초반 판세에서 수원 삼성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양강’을 맞아 2라운드까지 2연패. 시즌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2패까지 합치면 4연패 수렁이다. 이임생(49) 감독의 경기 후 발언처럼, 승패를 떠나 팀 사기 저하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마치 지난해를 떠올리게 한다. 이 감독이 부임한 첫 시즌 수원은 1~2라운드에서 울산-전북을 만나 모두 졌다. 이어진 성남 FC 원정에서 또 패배하며 3연패를 했다. 이 초반 연패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수원은 K리그1 8위에 머물렀다. 다행히 시즌 막판 FA(대한축구협회)컵 우승으로 기사회생했지만, K리그 ‘전통 명가’로 우승 경쟁을 해왔던 과거 위상을 생각하면 초라하기만 한 결과였다.
부진 극복을 위해 이 감독은 올 시즌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초반 2경기에서 ‘양강’을 만나는 대진운에 경기 중 불운까지, 뜻대로만 상황이 풀리진 않았다. 전북전에선 ‘닥공’을 후반 막판까지 잘 막아내다가 안토니스가 퇴장 당한 여파로 결승골을 얻어맞았고, 2차전에선 울산을 2-0으로 몰아붙이다가 막판 집중력 저하로 3골을 허용하며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다소 아쉬움이 따르는 결과였다.
이 감독은 울산전이 끝난 뒤 “좋은 팀을 상대로 자신 있게 한 부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두 경기를 치르며 경기력이 나아진 건 다행인 부분이다. 전북전에서 수원은 키패스를 3개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슈팅은 6개(유효슈팅 0개)에 그쳤다. 키패스 13개에 슈팅 17개(유효슈팅 5개)를 기록한 전북에 완전히 밀린 것. 하지만 울산전에서 수원은 압도적인 키패스(10-6) 수를 기록했고, 슈팅(11-12, 유효슈팅 5-5) 면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했다.
이번 주말 수원은 인천 유나이티드를 만난다. 인천은 지난 시즌 초반 3연패 중이던 수원에 연패 탈출을 선사한 팀이다. 수원으로선 질 수 없는 경기. 미드필더 고승범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승범은 울산전(81번)에서 전북전(107번)보다 패스를 20회 이상 더 기록하며 공격 전개의 기점이 됐다. “공격 전환시 속도가 느리다”고 전북전을 분석한 이 감독의 ‘키 플레이어’라 할 만 했다. 전반 44분엔 환상적인 선제골을 넣기도 했다. 최성근이 부상을 입고 안토니스가 퇴장으로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감독이 평소 “스스로의 가치를 그라운드에서 증명하는 선수”라고 평가하는 고승범이 또 다시 자신의 실력을 드러낸 것.
인천의 굳건한 수비력은 수원이 풀어야 할 난제다. 인천 지휘봉을 잡은 임완섭(56) 감독은 지난해 K리그2 안산 그리너스를 최소실점 2위(42실점) 팀으로 만들어냈다. 인천에서도 이런 지도력은 이어지고 있다. 한 골도 허용하지 않은 ‘짠물 수비’로 승점 2점(2무)을 획득했다. 게다가 ‘무승’인 인천도 수원전을 벼르고 있다. 인천 관계자는 “수원전에선 뒤로 물러서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케힌데-무고사의 외인 투톱과 후반 투입될 송시우의 빠른 발에 기대 중”이라고 밝혔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노장 선수가 주축이고 뒷받침해주는 선수들이 약해 올 시즌 ACL을 병행해야 하는 수원으로선 강등을 걱정해야할 판”이라며 “강등권팀 인천에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는지가 라운드 수가 줄어든 이번 시즌의 수원 성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