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복도와 로비를 영업장으로 사용한 사업자…부당이득 반환해야

입력 2020-05-21 16:15 수정 2020-05-21 16:20

소수 지분권자가 복도와 로비 등 공용 공간을 무단 점유해 사용하는 경우 다른 소유자에게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1일 A관리단이 B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및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관리단은 충북 청주의 한 상가건물을 소유 중인 회원들로 구성된 단체다. A관리단은 같은 건물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 중인 B씨가 1층 복도와 로비 등에 퍼팅연습시설을 설치하고, 다른 사람들의 사용을 방해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A관리단은 “무단점유를 해소하고 부당이득을 반환하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복도와 로비를 인도할 의무는 있다고 판단했지만 부당이득반환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복도, 계단 등 공용부분은 구조상 임대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유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당이득 반환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소유자 중 일부가 정당한 권원 없이 집합건물의 복도, 계단 등과 같은 공용부분을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집합건물의 복도, 계단 등과 같은 공용부분은 별개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용부분의 무단점유에 대하여 차임 상당의 이익을 상실하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소수 지분권자가 다른 지분권자와 상의 없이 토지에 소나무를 심은 경우라 할지라도 토지에 대한 인도를 청구할 수 없고, 방해배제나 방해금지만 청구할 수 있다는 판단도 내놨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7732㎡ 토지를 소유 중인 C씨는 공동지분권자인 D씨가 자신의 허가 없이 절반이 넘는 토지에 소나무를 심자 인도 청구 및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은 인도 청구가 가능하고,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인 피고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공유 토지를 독점하는 경우 토지의 인도를 청구할 수 없고 방해금지나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토지는 D씨의 소유인데, 인도 청구를 허용하면 D씨의 ‘지분 비율에 따른 사용·수익권’까지 근거 없이 박탈할 수 있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C씨가 D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